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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정치인의 대도박 울먹거리며 얘기를 끝낸 미누키우스는 파비우스와 입맞춤 섞인 포옹을 했다. 두 장수의 부하들 또한 대장들을 따라 서로 부둥켜안고 입술을 비비며 동료애를 확인했다. 그들은 진정 순수한 의미에서 기쁨을 나누는 몸이 되었다.파비우스가 이뤄낸 통쾌한 역전승 덕분에 로마는 위기에서 벗어나 모처럼 안정을 되찾았다. 이는 더는 독재관이... 2020-02-21 공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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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는 청년 인재 영입이 없었다 파비우스는 부하들에게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사전에 지시해놓은 터였다. 미누키우스의 부대가 한니발의 군사들에게 크게 혼쭐이 날 것임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인 연유에서였다.정작 놀라운 사실은 허겁지겁 후퇴하는 로마군의 참상을 목격하고서도 그가 미누키우스를 비난하거나 질책하는 말들을 일절 꺼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미누... 2020-01-29 공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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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하되 정쟁에만 강한 자가 나라를 이끌면 돌아온 군영에서는 목불인견의 추태가 빚어지고 있었다. 미누키우스는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이 아니라, 마치 신민을 다스리는 전제군주처럼 거드름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한니발과의 전쟁보다는 파비우스와의 정쟁에 더 관심과 열의가 컸던 탓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으니 나름 승자의 여유와 과실... 2020-01-28 공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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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우스에게서 윤석열을 보다 미누키우스가 거둔 소규모 승리는 엄청난 대첩을 이뤄낸 것처럼 로마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다. 홍보의 주역은 당연히 메틸리우스였다.메틸리우스는 친척의 업적을 칭송하는 걸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파비우스 깎아내리기로 도돌이표처럼 되돌아갔다. 파비우스를 무능한 지휘관에 더해서 나라를 좀먹는 역적으로까지 매도했다는 점에... 2020-01-22 공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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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로마의 자중지란을 유도하다 전장에서 칼을 들었을 때의 한니발은 사자처럼 용감했고, 후방에서 전략을 짜낼 때의 한니발은 여우 같이 교활했다.그는 이번에는 꾀로 파비우스를 골탕 먹이기로 작정하고는 로마 영토의 약탈에 나선 병사들에게 파비우스의 땅에서만은 풀 한 포기 뽑지 말고, 낱알 한 톨 건드리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것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 2020-01-10 공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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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우스, 한니발의 화우지계에 당하다 한니발이 불세출의 명장인 건 실수를 범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만회하는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무척이나 빨랐던 까닭이었다. 그는 속임수를 속임수로 되갚을 궁리에 이내 착수했다.황소의 뿔에 불을 붙여 적진으로 돌격시키는 공격 방식은 말로는 쉬워도 실제로 실행하기는 결코 녹록한 작업이 아니다. ... 2020-01-09 공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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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은 나의 힘 : 파비우스 (4) 한니발은 파비우스를 싸움터로 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때로는 꾀로 유인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힘으로 거칠게 밀어붙이기도 했다.그럼에도 파비우스는 요지부동이었다. 그 어떤 술책과 속임수도 파비우스를 전장으로 불러내지 못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불리한 쪽은 보충되지 않을 병력과 식량과 자금을 하염없이 축내기만 하고 ... 2020-01-06 공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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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우스, 사마의의 예고편을 찍다 파비우스는 신을 찬양하는 것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적군이 강해서가 아니라 로마가 약해진 탓에 두 차례의 전투에서 연거푸 진 것이며, 로마가 약해진 건 로마인들이 비겁해져서가 아니라 싸움을 책임졌던 지휘관들이 신들을 섬기는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핑계 겸 논리를 앞장서 직접 만들어 퍼뜨린 것이다.이는 신들을 달래는 듯... 2019-12-30 공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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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다 일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불같은 성미의 야심가인 또 다른 공동집정관 가이우스 플라미니우스 역시 한니발을 대단찮게 여겼던 것이다. 사단은 파비우스는 카르타고군의 구조적 한계와 전략적 취약성을 간파하고서 궁극적 승리를 확신한 데 비해, 플라미니우스는 이전에 갈리아인들을 상대로 거둔 승전에 도취해 한니발쯤이야 별것 아니... 2019-12-24 공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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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은 나의 힘 : 파비우스 (1) 파비우스(BC 275년~BC 203년)는 헤라클레스의 후손이었다. 테베레 강가에 놀러온 헤라클레스가 요정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는데, 그 딸의 아들이 가문의 시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설에 의하면 요정이 아니라 인간의 여인과 눈이 맞아 정을 통했다고도 하지만 어차피 허구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므로 필자는 통 크게 그냥 요정이라고 인정해... 2019-12-16 공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