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8년, 로마의 지배자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저)가 이집트를 정복하면서부터 우리가 오늘날 쓰고 있는 태양력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이집트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6천 년 전부터 1년을 365일 12달로 하는 달력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이집트가 이렇게 정확한 달력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일 강의 범람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나일 강은 매년 일정한 시기에 범람을 했고,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 이집트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나일 강의 범람을 가장 정확하게 알려주었던 것은 바로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시리우스였습니다. 큰개자리의 으뜸별인 시리우스는 ‘나일 강의 별’로도 불렸는데, 이 별이 해뜨기 직전 동쪽 하늘에 떠오를 때가 바로 나일 강의 범람이 시작되는 시기였습니다.
이집트인들은 시리우스가 새벽하늘에 등장하는 때를 기준으로 1년이 365일이고, 4년에 하루 정도 오차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결과 이집트인들은 해뜨기 직전 시리우스가 떠오를 때를 1월 1일로 정하고 세계 최초로 정확한 태양력을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엄밀하게 말하면 태양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별을 기준으로 했지만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태양력으로 봅니다)
로마 제국의 최고 지배자였던 시저가 기원전 48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를 정복했을 때만 해도 로마는 달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시저는 약 8달 동안 알렉산드리아에 머물면서 이집트의 여왕이었던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이집트 달력의 정확성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사실 로마의 달력은 음력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계절과의 오차도 많았고, 1년을 몇 달로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확한 규칙도 갖고 있지 않았었습니다.
로마에서 1년을 결정하는 것은 사제들의 역할이었습니다. 사제들의 결정에 따라 어떤 해는 음력으로 10달이 되었고, 또 어떤 해는 13달이나 14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제들이 지배자나 원로원 원로들과의 관계가 좋을 때는 일 년을 길게 잡아 임기를 늘려 주었고, 반대로 관계가 나빴을 때는 일 년을 짧게 해서 임기를 줄이기도 하였습니다.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일 년의 길이가 변한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일이었습니다. 달력의 날짜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달력의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집트 원정에서 돌아온 시저는 기원전 46년, 달력을 음력에서 양력으로 바꾸는 개혁을 발표합니다. 당시 로마 제국의 세력은 거의 전 세계에 걸쳐져 있었기 때문에 달력의 개혁은 세계 문명 자체를 바꾸는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시저가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에 빠져서 이집트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면 이집트 달력의 우수성을 배울 기회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의 역사는 또 달라졌을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