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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에서 장제원으로, 안철수 의원의 잘못된 여정 - ‘윤석열 신당’은 등장할 것인가 ⑦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2-07-06 18: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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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가 김근태의 야망과 좌절


김근태를 흠모한 안철수의 어제는 장제원과 손잡은 안철수의 오늘과 초현실주의적 불협화음을 빚는다. 장제원과 손잡은 후과이리라. (이미지출처 : 트위터)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려온 김근태 상임고문의 거취와 선택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386 세대 위주의 신주류 그룹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는 동교동계 중심의 구주류 진영도 군사독재정권의 폭압에 맞서서 치열하고 비타협적으로 항거하는 양심적 재야세력의 구심점으로 장기간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폭넓은 지지와 신망을 받아온 김근태를 어떻게든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때 김근태는 돌연히 단식에 들어갔다. 때는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2003년 9월 초순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근태 고문이 어떠한 동기와 계기로 집권여당 정치인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단식농성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불사하게 됐는지 필자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확실한 사실은 민주개혁진보 진영의 단합과 결속을 줄기차게 강조해온 김근태에게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새천년민주당이 반으로 쫙 갈라질 위기에 직면한 현실은 대단히 괴롭고 착잡한 상황이었음에 틀림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김근태의 전격적인 대국민사과 단식농성 결행은 당이 깨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도 염두에 두고서 구주류와 목불인견의 험악한 당권투쟁을 전개하던 신주류를 뜨악하게 만들었다. 누가 봐도 김근태의 행동은 새천년민주당의 울타리를 지켜야 한다는 강력한 의사 표시로 읽혔기 때문이다.

 

단식을 마친 김근태 고문은 세간의 예상과는 판이하게 신당 추진파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사생결단으로 저항하던 구주류를 허탈하게 했다. 김근태의 가세로 천군만마를 얻은 형세가 된 신주류는 신당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했고, 그해 11월 11일에 열린우리당을 공식적으로 탄생시키게 된다. 일설에 의하면 신당의 당명을 김근태 고문이 작명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정확한 확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마도 영구미제로 남을 듯하다.

 

김근태는 열린우리당의 초대 원내 사령탑으로 추대돼 당의 개혁적 색깔을 강화하는 일에 주력했다. 그는 새천년민주당이 표방하는 중도개혁 노선에 기대어서는 국민들이 열망하는 신속하고 전면적인 개혁을 성취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성싶다.

 

당을 진보 색채가 분명한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김근태의 결연한 의지는 그가 국회에서 처음으로 행한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강남스럽다”는 표현을 동원해가며 한국사회의 강고한 기득권 세력들을 정면으로 질타한 광경에서 뚜렷이 표출되었다. 김근태는 다정하지만 동시에 만만한 ‘근태 형’의 상징적 한계를 벗어나 총체적인 국가대개혁과 사회변혁의 실질적인 주역으로 바야흐로 힘차게 웅비하려는 찰나였다.

 

김근태 조리돌림에서 개딸들의 문자폭탄까지

 

김근태의 바람과는 달리 당 운영의 무게중심은 실용노선을 추구하던 정동영 당의장에게 서서히 넘어갔다. 세간에서는 ‘천신정 삼총사’라고 하여 천정배 의원과 신기남 의원과 정동영 당의장 3인방을 동급으로 취급했지만, 대중적 인지도에서나 당내의 세력분포에서나 정동영은 셋 중 단연 발군이었다.

 

열린우리당 출현 초기의 정동영은 지금의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정동영과는 가치와 지향점에서 확연히 구별된다. 그는 당내 우파의 대변자였다. 구호는 과격했지만 내용적으로 정동영은 개혁에도 속도와 완급의 섬세한 조절이 필요하다고 확신하는 입장이었다.

 

정동영의 이러한 기조와 인식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주류로부터 암묵적 공감을 받았고, 그 무렵까지는 정동영과 사이가 무척이나 좋았던 유시민 의원 역시 말로만 격렬하고 선동적이었을 뿐, 완만하고 신중한 개혁을 선호했다. 김근태는 그가 고심 끝에 신당에 합류하며 품었을 바람과는 정반대로 열린우리당에서도 직전의 새천년민주당 때와 마찬가지인 비주류 소수파의 위치로 차츰차츰 내몰리고 있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기적적 대승을 거뒀다. 분당 과정에서 축적ㆍ응축된 증오와 분노에 눈먼 새천년민주당 잔류파가 한나라당과 무모하고 어리석게 연대해 노무현 대통령을 국회에서 탄핵한 덕분이었다. 오늘날 다수의 정치전문가들은 만약 탄핵이 없었다면 열린우리당은 100석도 채 얻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므로 열린우리당의 152석 국회 과반 의석 확보는 정상적인 선거 국면에서는 원천적으로 획득 불가능한 성과물이었다.

 

총선정국이 종료되고 개각이 단행되면서 김근태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하게 된다. 정동영은 통일부 장관으로 영전했고, 천정배는 물러난 강금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참여정부의 두 번째 법무장관으로 취임했다.

 

김근태는 과거부터 오랫동안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과 남북한 화해의 실현을 위해 매진해온 터였다. 그럼에도 어떠한 경위에서인지 그는 통일부 장관 대신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낙점됐다. 허나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복지 예산의 규모가 국방 예산이나 교육 예산의 액수를 추월할 지경으로 복지 관련 업무는 국가정책의 중추적이고 핵심적 기능으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였고, 약자의 대변인을 자임해온 김근태는 우리나라의 부실하고 빈약한 사회안전망을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확충할 최적임자로 여겨졌다.

 

걸음은 엉뚱한 곳에서 꼬였다. 참여정부 출범 이래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을 진앙지로 하여 미친 듯이 치솟는 전국의 땅값은 정권의 존립기반마저 위태롭게 할 지경이었다. 이러다가는 한나라당에 정권 뺏기게 생겼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여권 전반에 파다하게 확산됐다. 게다가 부동산값 폭등으로 단연 제일 심각하게 고통 받는 계층은 무주택 서민들이었다. 김근태로서는 도저히 모르쇠를 할 수 없는 처참하고 파국적인 정세가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김근태는 건설사들이 챙겨가는 과도한 이윤이 땅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과도한 개발이익의 수취행렬에서는 공기업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김근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서 토론할 것을 제안하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정책의 조속한 도입ㆍ실시를 촉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공기업도 장사’라는 대통령의 싸늘한 답변이었다. 노 대통령의 냉소적 응답을 신호탄으로 삼아 유시민 의원을 위시한 노무현의 극렬 추종자들이 김근태를 무자비하게 맹폭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 극렬 추종자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신용하자면 김근태는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그를 잔인하게 고문했던 저 악명 높은 이근안보다도 더 나쁜 사람이었다. 단지 긴요한 민생정책을 주제로 현직 대통령에게 항명했다는 이유만으로 백주대낮에 벌어진 부끄럽고 어이없고 후진적인 정치보복이었다.

 

노무현 극렬 추종자들의 김근태 집단이지메는 장래에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완전히 질식ㆍ실종되고 마는 비극의 출발점이 되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을 겨냥해 이재명 의원을 맹종하는 이른바 개딸들이 자행하는 무지막지한 휴대전화 문자테러와 몰상식한 사이버공간 욕설공세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유시민 등이 주도한 김근태 조리돌림이 있었던 셈이다.

 

김근태가 보수가 재집권한 후과로 역사가 역주행하는 참담하고 반동적인 광경을 애통해하며 끝내 유명을 달리한 지 얼마 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012년 봄의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아 서울 도봉갑 지역구에 출마한 인재근 후보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선언을 하고 나선 일은 여의도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평범한 유권자들까지 놀라게 하는 파천황적 사건이었다. 인재근은 별세한 김근태 민통당 상임공문의 배우자이자 오랜 정치적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⑧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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