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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밥란’에 담긴 뜻은 - 김재원도, 조수진도 지방군벌을 꿈꾸는 세상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4-05 20: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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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양천 지역구 지키기 어려워


조수진 의원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다. 그는 목동 이외의 곳에서 대안을 찾고자 의도적 노이즈 마케팅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조 의원이 내놓은 대책이 몹시 생뚱맞았던 탓이다. 국민들이 매끼 식사 때마다 밥 한 공기는 깨끗이 비우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계도에 나서야 한다는 게 조 의원이 야심 차게 제시한 쌀소비 진작 방법이었다.

 

조수진 의원은 집권당인 국민의힘의 최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 행사를 불사할 정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치열한 기세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조수진은 뭔가 한 건 크게 터뜨려야겠다는 강박적 의무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조수진 의원의 현재 직분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피할 수 없는 처지이다. 조수진은 국민의힘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해당 선거구는 다수의 중산층이 거주하는 목동 아파트 단지를 포함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서는 서울 서남권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기대할 만한 동네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숙청을 계기로 급격히 보수반동화하면서 중도층 유권자와 2030 청년세대의 지지를 거의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서울이 고향일뿐더러 두산 베어스 골수팬을 자임해온 윤석열 대통령이 영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멀쩡한 서울 잠실야구장을 놔둔 채 오죽하면 저 멀리 대구까지 왜 내려가 올해 프로야구 개막전의 시구자로 마운드에 섰겠는가? 윤 대통령이 관중들의 시끄러운 야유 소리에 시달릴 걱정 없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 보수세력의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 외에는 더는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본인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하여, 국민의힘이 확보 가능한 의석수가 100석 안팎에 불과하다고 해서 검사들을 총선에 대거 출마시키지 않을 사람이 아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정권의 지지기반이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자신들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줄 검찰 출신 인사들에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금배지를 달아줘야만 한다는 결심과 의지가 더더욱 확고해질 터이다. 조수진이 최고위원 회의에서 아무리 현란한 논리를 총동원해 윤 대통령을 옹위해도, 김건희 여사를 전남 순천까지 따라가 아무리 열심히 밀착 수행해도 양천갑 당협위원장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윤석열과 원세개의 공통점은

 

조수진 의원은 제도권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전에는 동아일보에서 정치부 기자로 오랫동안 근무하며 잔뼈가 굵었다. 그는 민주당 계열 정당의 출입 기자로 주로 활동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대중과 노무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거물급 정치인들과 교분을 텄다. 겉으로 봐서는 김건희 여사 옆에서 속없이 헤헤거리고 있지만 나름 무시하기 힘든 수준의 상당한 정치적 내공과 야망을 착실히 키워온 셈이다.

 

필자는 조수진 의원이 양천 갑 지역구에 머물 수 있다는 희망을 일찌감치 포기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조수진쯤 되는 눈칫밥과 경륜이면 어디에서 우물을 파야 물길이 솟구치고, 어느 곳으로 줄을 서야만 튼튼한 동아줄을 잡을지 훤하게 꿰차고 있으리라.

 

나는 사방에서 핀잔을 먹은 조수진 의원의 느닷없이 제안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이 국민의힘 수석 최고위원을 겸하고 있는 김재원 전 의원의 극우적 망언과 그 의도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수진의 뜬금포도, 김재원의 팀킬도 본질은 철저한 각자도생에 있는 것이다. 각자도생을 꾀하는 방향이 각자의 출신 지역에 따라 단지 다를 뿐이다. 조수진은 쌀농사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은 전북에서, 김재원은 시대착오적 냉전주의 이념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대구경북에서 어엿한 지역 맹주로 도약할 기회를 각각 부지런히 모색하고 있다고 하겠다.

 

중국 현대사에서 각자도생의 풍조가 극성에 다다른 시기는 20세기 초기의 군벌 시대였다. 군벌 시대의 문을 열어젖힌 주인공은 원세개였다. 원세개는 조선왕조 말기, 청나라 군대를 인솔해 한양에 들어와 온갖 만행을 부리다 흥선 대원군까지 중국으로 납치하는 만행마저 서슴지 않았다. 귀국한 원세개는 권력의 중심부에서 한때 밀려났다가 청나라가 임종을 맞이한 순간 권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중화민국 초대 총통의 지위에 만족하지 못하고서 공화정을 폐지하고 황제로 즉위하려 시도하다 이에 실패하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화병으로 죽고 말았다.

 

권위 없는 권력이 오만과 독선에 빠질 때 나라를 갈라놓는 원심력은 외려 폭발적으로 증대하기 마련이다. 원세개가 딱 그런 경우였다.

 

원세개가 밟았던 퇴영적이고 어리석은 전철을 그로부터 100년 후 황해 건너편의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답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부부는 지금 가히 ‘국민 놀림감’이라고 일컬어도 과언이 아닐 지경으로 권위가 실추돼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민중의 신뢰와 애정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빈번한 압수수색과 같은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에 도리어 더더욱 의존해가는 추세이다. 급기야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최고지도자의 결단’으로 호들갑스럽게 포장하는 북한식 어법조차 윤석열 정권에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선출된 지도자일 따름이다. 최고지도자 운운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원세개가 야인 시절 권력에 대한 욕망과 권위주의적 성향이 강해진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도 박근혜 정권 당시 이른바 댓글 수사로 좌천된 기간에 권력욕과 권위주의의 화신으로 흑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련은 인간을 겸손하게도 만들지만, 때로는 독단과 과대망상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원세개와 유석열 모두 불행히 후자의 사례로 분류될 수 있다.

 

윤석열의 중앙권력이 내부에서 분열하고 붕괴되는 광경을 가까이에서 목도한 일은 김재원으로 하여금 TK의 지배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끔 이끌었다. 대구경북을 다스리는 지방군벌이 되려니 당연히 5.18 광주민중항쟁을 폄하해야 하고, 제주 4ㆍ3 항쟁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에 재를 뿌려야만 한다.


김재원과 비교하면 조수진은 최소한 백배는 양호하다.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듯이, 밥심이 없으면 국력도 없다.


광활한 호남평야 한복판에 위치한 익산의 딸 조수진의 돌연한 봉기 아닌 봉기는 대한민국 국력의 원천인 국민의 밥심을 무사히 보전하려는 착한 반란이라는 측면에서 ‘밥란’으로 평가될 수도 있을 게다. 필자가 조수진의 밥란을 일제의 경제침탈로부터 조선의 식량주권을 사수하려던 방곡령의 재림으로 통 크게 이해해주고 싶은 까닭이다. 밥심의 여신 조수진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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