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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서①, “의원수 줄이면 국회의원들 특권만 늘어나” - 거대 양당은 국민의 정치불신에 편승하는 행위를 멈춰야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4-14 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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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의 위기는 보수정치의 위기로 시작돼 진보정치의 위기로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진보정당이 정치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의 가장 하단에 위치한 식물성 플랑크톤 같은 구실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권을 잃은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고, 지지율이 폭락한 정권은 윤석열 정권임에도 존망의 기로에 선 정치세력은 진보정당의 맏형을 자임해온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현재의 난국을 과연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선거법 개정 논의를 서두로 삼아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으로부터 정의당의 진로와 진보정치에 미래에 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짙은 황사가 서울 하늘의 제공권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는 2023년 4월 13일 금요일 오전, 여의도의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되었다. 사진 촬영과 편집은 김한주 사진전문기자가 맡았다.

공희준(이하 공) : 총선 때만 되면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또다시 찾아오는 게 선거법 개정 논의입니다. 선거법 개정 논의에서 약방의 감초 같이 빠지지 않는 주제가 의원정수 조정 문제입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의원 정수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내세우며 정치적 국면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국민이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반면 야당, 특히 진보정치 진영에서는 의원수를 크게 증원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진보가 민심과 갈등하는 대표적 지점인 의원수 조정 문제의 바람직한 해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만약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면 그 타당한 이유가 뭔지 말씀해주십시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이미지 망가뜨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민들로 하여금 ‘국회의원 무용론’을 갖게 만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기득권 양당이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언급하는 일은 앞뒤가 맞지 않은 처사라고 강력하게 성토했다. (사진 :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김희서(이하 김) :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줄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의 일입니다. 이를테면 스피커가 1대일 때와 10대일 때 어느 쪽이 더 넓고 멀리 민심의 울림을 퍼뜨릴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의원 숫자의 증가를 막아왔습니다. 지금 국민의 시선에 국회의원이 어떻게 비치고 있습니까? 특권만 탐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일 대신 매일 싸움박질만 벌이는 인간입니다. 국민에게 봉사하기는커녕 유권자들 머리 위에서 오만하게 군림하려는 자들입니다.

 

공 : 짙은 검은색 양복 차려입고서 떼를 지어 우르는 몰려다닌다는 측면에서는 정치인과 조폭과 똑같은 범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부산의 어느 횟집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사한답시고 일렬로 도열한 여당 정치인들의 모습이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김 : 명색이 의원이라는 인물들이 국민이 보기에 미운 짓만 골라서 하니 국회의원을 이참에 아예 모조리 없애는 차라리 게 낫겠다는 국민의 분노가 오래전부터 들끓어왔습니다. 이처럼 국민들께서 국회의원들에게 화가 단단히 나 계시니 이론적으로는 의원 정수 증가가 올바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이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은 대중의 이러한 정치혐오 정서에 교묘히 영합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긴 세월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묻고 싶습니다.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환멸과 정치권을 향한 불신을 부추긴 당사자가 누구입니까? 바로 국민의힘 정치인들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입니다. 대한민국 현역 국회의원의 90퍼센트 이상이 다름 아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에 소속돼 있습니다. 본인들이 국회의원의 이미지를 한껏 나쁘게 만들어놓고는 의원 숫자를 줄이자고 떠들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아도 이만저만 맞지 않는 게 아닙니다.

 

공 : 병 주고 약 주는 모양새네요. 그런데 만약에 그 약이 돌팔이 약장수가 파는 엉터리 만병통치약이면 병을 되레 더 키울 수도 있습니다.

 

김 : 의원수를 줄이는 건 방금 지적해주신 바대로 문제를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권의 총량은 그대로 놔둔 채 의원들 숫자만 적어지면 개개의 국회의원에게 돌아가는 특권의 몫만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10명이 모여 결정하던 일을 1명이 좌지우지하도록 바꾸면 그 한 명의 권력은 10배로 불어나기 마련입니다. 특권을 철폐하는 게 아니라 영구적으로 보장하는 셈이 되고 맙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지능적으로 숨기고 있습니다. 권력이 분산돼야 효율성이 향상되면서 부패는 감소합니다. 국회의원 숫자의 감축은 본질적으로 권력을 집중시키는 행동입니다. 기득권 양당으로선 좋으면 좋았지, 싫어할 사태가 아닙니다.

 

해답은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특권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무려 200 가지가 넘은 크고 작은 갖가지 특권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렇게까지 많은 특권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특권이 줄어들면 국회의원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법입니다. 숫자를 줄이기보다는 특권을 축소하는 쪽이 국민의 바람을 효과적으로 받드는 길입니다.


진보정치 진영이 국회의원 숫자 증가를 무조건 지지한다는 건 잘못된 편견입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의원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은 의원들 숫자가 늘어나야 국회의 대표성과 비례성 두 가지 모두가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지난 2020년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기준으로 50퍼센트도 채 되지 않은 득표율로 전체 지역구 의석 가운데 3분의 2를 가져갔습니다. 승자독식의 원리가 철저히 관철된 결과였습니다. 이처럼 비례성이 무시되면 실제 민심과 원내에서의 의석 분포가 멀리 동떨어져서 따로 놀게 됩니다.

 

의석 규모가 작으면 국회에서 대표성이 구현되는 게 곤란해집니다.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의회 공간에 전달되고, 다양한 분야와 영역의 의견이 입법부로 골고루 수렴되려면 국회의원 숫자가 많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대표성을 강화하고, 다양성을 끌어올리는 데 뚜렷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핵심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특권은 줄이면서, 국회 전체적으로 의석은 늘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권은 나 몰라라 방치한 채 숫자만 건드리는 식의 방법에 저희 역시 찬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국회 보좌진 증원 움직임 납득 못해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목하 진행 중인 선거법 개정 논의가 국회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 : 김한주 기자)

공 : 여의도 정치권에 몸담고 계신 분들은 국회의원 1인당 보좌진 숫자도 이참에 아울러 늘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 의회의 의원실에 근무하는 보좌진 숫자가 20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그 근거로 제시하며 우리나라 국회의 보좌진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푸념하기 일쑤입니다. 반대로,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도 별로 없으면서 비서들만 잔뜩 거느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변인님께서는 보좌진 증감 문제에 관해서 어떠한 입장이신가요?

 

김 : 국회의원이 일을 열심히 한다면야 보좌진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요.

 

공 : 옛날 중국의 한신이 역설한 다다익선을 떠올리게 하는 말씀이네요.

 

김 : 하지만 국민은 국회의원이 놀고먹는 직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본연의 책무는 게을리하면서 특권만 누리고 기득권만 챙기는 자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보좌진을 늘려야 한다는 말씀을 국민들께 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좌진에게 주는 월급도 결국은 유권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니까요.

 

공 : 정의당에 소속된 비례대표 국회의원들 중 몇 분이 지나치게 개인적인 노이즈 마케팅에만 열중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그분들 전부 많이 자중자애하시는 느낌이 있기는 한데, 그때 받았던 충격파와 후유증이 정의당 당내에 여전히 남아 있지 않나요?

 

김 : 제가 그와 관련된 논란이 한창 불거졌을 당시에는 당직을 맡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확하고 구체적인 평가를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공 : 당직자가 아닌 평당원으로 갖고 계실 생각이 궁금합니다.

 

김 : 저는 그 무렵에는 제 지역구인 서울 구로구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중앙정치와 관계된 지엽적이고 시시콜콜한 단발성 사안들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②회에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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