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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위태로운 까닭은 - 대권 욕심이 없는 사람들만 총선에 출마한다면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2-16 01: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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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소시민들의 국회


제왕적 총재의 대명사로 통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조차 야당을 이끌던 시절에는 당의 중성화를 막고자 당내 경쟁자들의 대권도전을 장려했다. 이미지는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의 제15대 대통령 당선을 보도한 동아일보 1면 기사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어느 중견 일본 여배우가 있다. 그가 배우자와 파경을 맞이한 이유가 상당히 음산하고 엽기적이다. 소설가로 활동하며 아내 못잖은 인기와 지명도를 쌓아온 여배우의 남편이 본인을 돌연히 중성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인간과 밀접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들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사람이 중성화한다는 것은 내 짧은 경험과 식견으로는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단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면 필자가 여배우 입장이었어도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게 돼버린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미련 없이 종지부를 찍었으리라는 점이다. 남편의 행동은 내로라하는 작가들로부터 종종 발견되곤 하는 짓궂고 발랄한 치기 또는 객기의 한계를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넘은 소행인 탓이다.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공천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출마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흔히 외치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신청한 인물들은 “이재명 대표 지키기”를 대개 부르짖고 있다. 양측 인사들 모두 공천권자의 심기를 최우선으로 의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간을 잠시 뒤로 돌려보자. 예전에는 국회의원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이 자신을 뽑아주면 장차 소위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여당에는 현직 대통령이, 야당에서는 제왕적 총재가 버젓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음에도 총선 출마자들은 앞다투어 다음번 대선에 나서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언제인가부터 그러한 짜릿하고 아슬아슬한 광경은 자취를 감췄다. 장래에 대통령을 목표로 국회에 입성하겠다는 야심가들은 사라지고, 국회의원 노릇에 만족하겠다는 소박(?)한 바람만 밝히는 소시민 아닌 소시민들로 총선 무대가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꿈도, 희망도 없는 소시민으로 자발적으로 중성화하는 현상이 대한민국 제도권 정치의 뉴노멀로 바야흐로 자리하게 된 셈이다.

 

기성 주요 정당들 전체가 국회의원 너머를 바라보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축소지향의 정치인들로 꾸려지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가운데 어디가 장기적으로 더 위태로워질까? 당연히 더불어민주당이다.

 

이재명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이재명이 당내에서 별다른 도전과 맞닥뜨리지 않고 21대 대선에 출마하는 구도를 이상적 시나리오로 간주할지 모른다. 이러한 판단은 지극히 근시안적 시각의 산물일 수 있다. 왜일까?

 

첫째로, 뚜렷한 도전자가 당 안에 없다는 것은 권투경기에 빗대면 복서가 스파링 파트너와의 연습경기 한번 치르지 않고 곧장 링 위에 오른다는 뜻이다. 축구로 치자면 평가전 시합들을 모조리 생략한 채 곧바로 월드컵 무대에 서는 식이다. 실전 감각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상당한 비용 지출과 과정상의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김상현 전 의원이나 정대철 전 의원 같은 이들을 상대로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렀던 까닭이다.

 

둘째로, 민주당이 극도로 비판하고 경계하는 검찰의 편파적인 기획 수사가, 표적 수사가. 별건 수사가 이재명 한 사람만을 오롯이 겨냥해 계속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권으로서는 오직 이재명 하나만을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집중적으로 타격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한 노릇도 없으리라.

 

양향자의 무모한 도전을 주목하라

 

이준석 전 대표가 우격다짐으로 축출된 사건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철저히 장악된 국민의힘 사정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곳에서도 생물학적 의미가 아닌 정치학적 맥락의 자발적인 중성화가 부지런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성화의 선두주자는 단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그는 박근혜 탄핵 사태를 거치며 멸종단계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던 한국사회의 보수세력을 다시금 왕성하게 증식시킬 기운 팔팔한 종마가 되어줄 것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다.

 

실상은 딴판이었다. 한 위원장은 용산 대통령실이 여의도로 수시로 발송하는 크고 작은 짐들로 만재한 수레를 군말 없이 묵묵하게 끄는 고분고분하고 충성스러운 노새처럼 순치되고 말았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말과 당나귀 사이의 혼종인 노새는 재생산 능력이 원천적으로 결핍된 ‘모태 중성화’ 동물이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군림하며 막강한 위세를 뽐냈던 한동훈마저 차기 대선에 관한 질문이 돌아오면 화들짝 놀라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기에 바쁘니 국민의힘에서 그 누가 미래권력의 주역으로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려고 감히 시도할 수가 있겠는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만이 대선을 꿈꿀 수 있는 꿈이 없는 정당으로 구성원들의 심리가 나날이 위축돼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이후로는 대통령은커녕 대통령 후보조차 낼 수 없는 좀비 정당으로 왜소화되는 중이다.

 

따라서 큰 꿈, 즉 대망을 가슴에 품은 인물들은 오히려 작은 정당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풍토이다. 이를테면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의 경우에는 ‘과학기술 패권국가’ 건설을 구호로 내걸어왔다. 국가 차원의 비전과 청사진은 궁극적으로 대선을 염두에 둔 사람만이 거리낌 없이 거론할 수 있는 분야이고 주제임은 물론이다.

 

양향자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역량은 현실적으로 아직은 취약하다. 관건은 양향자는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기탄없이 천명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가 만약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에 몸담은 상태에서 엄격한 내부 위계질서를 파괴ㆍ교란하는 이단아로 비난받길 자청하며 대권도전 의지를 살짝이라도 내비쳤다면 어떠한 후과가 빚어졌을까?

 

국민의힘이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맹종하는 초선 의원들에 의해 나경원 전 의원처럼 조리돌림을 당하는 봉변을 겪었으리라. 더불어민주당이었다면 이재명 대표에게 불온하게 거역하는 수박으로 낙인찍혀 양향자의 의원회관 사무실로 때아닌 겨울 수박들이 택배로 줄줄이 배달됐을지 모른다.

 

인간은 자기가 설정한 목표의 높이만큼 노력하는 법이다. 경주한 노력의 크기에 비례해 성장하기 마련이다. 국민의힘은 한 사람도 대통령을 목표해서는 안 되는 당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사람만 대통령을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정당이 되었다. 대통령이 되려는 노력을 한 명도 기울이지 못하는 정당과, 단 한 사람만 기울일 수 있는 정당이 무슨 수로 성공적 국정운영에 필요한 수권능력을 함양하고 신장시킬 수 있겠는가?

 

서두의 여배우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 중성화를 선택한 괴짜 남편과 결별한 중견 여배우는 지금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며 다채로운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후일담이 전해지고 있다. 그의 인생에 또 다른 봄날이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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