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윤석열은 왜 최악의 남편이 되었는가 - 김건희는 태종비 원경왕후 민씨를 꿈꿨을까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12-09 20:53:50
기사수정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는 단 한 번의 거사로 정적들을 모두 쓸어버린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가 되는 것을 꿈꾸며 가슴이 설레었을지 모른다. 이미지는 대통령 윤석열이 심야에 기습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는 장면 (KBS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사실상 3시간 천하로 막을 내린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에게 한 가지 성탄절 선물을 미리 안겨주었다. 대통령 윤석열과 그의 부인인 김건희에 관해서는 그 어떤 상상과 추측도 드디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왜냐? 현직 대통령이 출국 금지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수많은 사람의 눈앞에서 지금 생생한 현실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윤석열의 대국민 담화에 두 번 놀랐다. 시대착오적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모습에 한 번 놀랐고, 성의 없는 초간단 대국민 사과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럼에도 윤석열과 친윤세력, 그리고 한 줌으로 줄어든 현 정권의 지지층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야당의 집요하고 상습적인 발목잡기 탓에 국정운영이 마비되었고, 마비된 국정을 어떻게든 정상화해야만 한다는 절박감이 불가피하게 군대를 동원하게끔 이끌었다는 게 저들의 일치된 항변이다.


야당이 윤석열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고 치자. 실제로 수시로 잡았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과 그에게 부화뇌동한 일부 정치군인들은 상대의 발목을 잡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아킬레스건을 끊어놓으려고 시도했다


발목을 잡는 일과 발목의 아킬레스건을 끊는 일 간의 차이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의 게임에서 패배한 출연자에게 PD가 벌칙으로 까나리액젓을 먹이는 것과, 숙종이 정나미가 떨어진 장희빈의 입에다 사약을 들이붓는 것 사이의 차이만큼 크다. 발목잡기와 친위 군사반란은 상투적인 양비론에 기대어 오십보백보 식으로 도매금으로 뭉뚱그려 싸잡아 비난할 성격의 일이 아니다.


유권자의 손으로 선출된 대통령에서 실패한 내란의 수괴로 자기 스스로를 전락시킨 윤석열은 그의 심복들을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에 주로 불러모아 쿠데타 음모를 획책한 것으로 여러 언론매체들이 보도하고 있다. 윤석열과는 충암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인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국군 방첩사령관 여인형이 쿠데타를 모의하는 자리에 참석한 걸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남동 관저의 실질적 주인이 윤석열이 아니라 김건희였다는 이야기가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가 서초동의 아크로비스타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이곳으로 거처를 옮길 때부터 파다했다는 데 있다. 오죽했으면, 거의 새벽이 다되도록 술을 통음한 윤석열이 김건희가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는 바람에 한동안 관저 밖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는, 이제는 사실일 가능성이 부쩍 높아진 풍문마저 정치부 기자들을 중심으로 널리 나돌았겠는가?


당선인 신분 시절의 윤석열은 청와대에서 용산으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며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의식을 지배한다”는 의미로까지 충분히 해석될 수가 있다.


김건희는 서초동의 아크로비스타 사저에서도,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에서도 한결같이 공간의 지배자였다. 따라서 김건희는 의식의 지배자이기도 했다. 그런 김건희가 윤석열 일당의 쿠데타 음모를 사전에 전연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한다면 한다면 그야말로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노릇이라 하겠다.

 

필자는 여기에서 태조 이성계의 삼남 이방원이 개국공식 정도전과 세자 이방석 등을 무력으로 제거하고 나라의 권력을 찬탈했던 1차 왕자의 난에 대한 역사의 기록이 문득 떠올랐다.


이방원이 막상 거사 당일에 행동을 미적대자 훗날 원경왕후가 되는 부인 민씨가 남편에게 갑옷을 가져와 손수 입혀주며 반란을 개시할 것을 독촉했다고 한다. 2024년 12월 3일 화요일 늦은 밤, 계엄령을 발표하는 방송 촬영을 위해 관저를 나서던 윤석열에게 김건희는 과연 어떤 조언을 했을까?


올해 초가을, 자신을 둘러싼 숱한 논란들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강을 가로지르는 마포대교로 북한 김정은을 연상시키는 현지 지도를 태연히 나갔던 김건희의 강심장과 권력욕을 감안하면 나잇값 못하는 철부지 남편의 무모하고 자멸적인 도박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는 않았을 듯싶다.


이젠 후회해도 소용없는 짓이 되고 말았으나, 윤석열은 사랑하는 아내 김건희를 진즉에 명일동 친정집으로 돌려보냈어야만 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도 빵점이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띠동갑의 배우자를 내란 종사의 의혹과 혐의에 몰아넣었다는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남편으로서도 최악이었다.


살갗을 파고드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하루하루 더욱더 매서워지고 있다. 윤석열과 김건희 모두 내외를 기다리고 있는 인생의 기나긴 겨울을 밥 든든히 챙겨 먹고서 무탈하게 견뎌 나가길 바란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paxnews.co.kr/news/view.php?idx=48792
  • 기사등록 2024-12-09 20:53:50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환경재단, 천연기념물 ‘한강의 황쏘가리’ 치어 방류 활동 성료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은 지난 2일(토) 에쓰오일(S-OIL),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와 함께 천연기념물 ‘한강의 황쏘가리’ 복원을 위한 치어 방류 활동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활동은 환경재단과 에쓰오일이 공동 운영하는 ‘천연기념물지킴이단’ 사업의 일환으로,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복원의 중요성과 생태 보전의 가치를 ...
  2. ‘김동길 트리오’와 보수의 종말 전한길의 인질극은 전한길의 단독범행으로는 애당초 불가능한 사태였다. 안에서 호응해주는 공범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공범들이 바로 누구냐?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전직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와 전직 사무총장 장동혁이다. 김문수, 장동혁, 전한길 3인방이 ‘김동길 트리오’로 통칭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3. 급전 찾는 5060, 2금융권 신용대출 연체율 비상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20개 저축은행, 8개 카드사, 10개 캐피탈사로부터 제출받은 `2021~2025년 연령대별 개인신용대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2금융권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의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올해 5월 말 기준 저축은행 신용대출의 60세 이상 차주 연체율은 7.65%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같은 시점의...
  4. ‘정원도시 서울’ 열풍…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최단기간 500만 돌파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개장 72일 만인 지난 1일, 누적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8일 빠른 기록으로, 역대 최단 기간 달성이다. 이번 박람회는 도심 속 공원의 높은 접근성과 다채로운 콘텐츠로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 모두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보라매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
  5. 광복 80주년…정부, 83만여 명 특별사면·행정제재 감면 이재명 정부가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오는 15일자로 총 83만6,687명에 대한 특별사면과 행정제재 감면을 단행하고, 약 324만 명에 달하는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조치도 시행한다.정부는 11일 ‘국민주권정부’ 출범 후 첫 특별사면을 발표하며 국민통합과 민생 회복을 핵심 목표로 제80주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한...
  6. `걸어서 20분` 남산 정상 시대, 서울시민 건강 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토) 오전 6시 30분, 정희원 신임 서울 건강총괄관과 함께 남산 `북측숲길`을 찾아 이용자 편의와 안전을 점검하고 시민 소통에 나섰다.서울시는 지난달 28일 남산 정상 N서울타워와 북측순환로를 잇는 0.5km 길이의 `북측숲길`을 개방했다. 이 길을 이용하면 남산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이 기존 1시간에서 20분으로 대폭 줄..
  7. 폴리텍대학, 현장 맞춤형 안전보건교육 확대…“안전한 캠퍼스 만든다” 한국폴리텍대학이 온라인 위주의 안전보건교육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찾아가는 안전보건교육’을 본격 시행한다.이번 교육은 시설관리, 급식 조리, 환경미화, 경비 등 캠퍼스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사례와 예방 대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교육 참석자에게는 ...
  8.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보상사업지구 내 취약 계층에 폭염 대비 물품 전달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 황상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보상사업지구 내 취약 계층 주민들을 위해 폭염 대비 물품을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이번 물품 지원은 폭염에 특히 취약한 천막, 텐트 등 임시 거주 시설에 살고 있는 주민을 위한 것으로, SH는 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와 협력해 용산역 인근 텐트촌 노숙인들에게 쿨 매트, ..
  9. 부산·울산·경남 사회적기업, 광안리서 스타상품 선보인다 부산의 대표 여름 축제 ‘광안리 차 없는 문화의 거리’에서 부산·울산·경남 사회적기업이 만든 우수 상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올해부터 새로 지원하는 ‘지역특화 스타상품’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8월 9일 오후 5시부터 광...
  10. 외국인 노동자 결박·괴롭힘 사업장…고용부 “엄정 조치” 고용노동부가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제조사업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 결박·괴롭힘 사건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폭행과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한 다수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엄정 조치에 나섰다.해당 사건은 내국인 관리자가 외국인 노동자를 벽돌과 함께 결박한 뒤 지게차로 이동시킨 것으로, 고용부는 사건 인...
최신기사
책-퇴진하라
책-보수의종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