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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한(恨)이 풀리려면 - 방시혁 응징보다는 팬들과의 만남이 먼저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03-31 18: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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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련한 옥쇄전술보다는 장기항전을 염두에 둔 인내와 끈기의 ‘안에서 투쟁하는 전략’이 현재의 뉴진스 멤버들에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미지는 뉴진스와 하이브 간 분쟁을 보도한 MBC 문화방송 뉴스 화면

“춘향이의 한은 변학도를 벌줄 때 풀리지 않는다. 이몽룡을 다시 만날 때 풀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겼던 혜안 가득한 이 이야기가 나는 하필이면 악화일로의 뉴진스 사태의 전개를 목도하면서 떠올랐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서도 안 되지만, 수단이 목적을 엉뚱한 방향으로 오도해서도 또한 안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람이 상하고 사업이 망했기 때문에 법이 끼어들었다. 지금은 법이 끼어들었기 때문에 사람이 상하고 사업이 망하기 일쑤다. 시야를 더 넓히면 예전에는 정치가 개판이 된 탓에 판검사들이 직접 정치에 나섰다. 현재는 판검사들이 직접 정치에 나서는 탓에 정치가 개판이 돼버렸다. 이를테면 공정과 상식을 외치며 정치에 뛰어든 전직 검찰총장 윤석열은 알고 보니 하나회 두목 전두환처럼 밀실에서 음험하게 군사 쿠데타를 모의하고 있었다.


쿠데타에 실패해 구치소에 갇힌 윤석열은 검사 시절 배웠을 온갖 법률 기술들을 총동원해 합법적 탈옥에 성공했다. 정치의 무대에 법과 법 기능공들을 끌어들이는 행위는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짓과 똑같다. 폭락하는 주식시세와 치솟는 환율은 법과 법률 기술자들을 정치의 공간에 함부로 끌어들인 데 대한 혹독하고 처절한 인과응보의 일부일 터이다.


‘정치의 사법화’의 연성화된 축소판이 ‘연예의 사법화’이다. 언제부터인가 유명 연예인 바로 곁에는 팬도 아니고 매니저도 아닌 이른바 자문 변호사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내로라하는 연예기획사의 최우선 고려사항은 이제는 팬들의 반응이 아니라 법률적 고려사항이 되었다. 민심과 여론을 발가락의 무좀균만도 못하게 업신여겨도 검사의 공소장과 판사의 판결문 앞에선 구렁이와 갑자기 맞닥뜨린 개구리처럼 설설 기는 작금의 한국 정치의 비루한 현실이 한류의 산실이자 K-POP의 본진을 자임해온 대한민국 대중문화계로 시나브로 확산·전이된 셈이다.


팬들의 사랑과 애정 덕분에 벌어들인 돈으로 스타가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 엉뚱하게 유수의 대형 법무법인들만 살판이 난다면 어느 정신 나간 팬이 음반을 사거나 음원을 내려받기하고,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영화를 관람하며, 인기 스타가 광고하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기꺼이 게속 구매하겠는가?


법은, 정확히는 법 기능공들은 춘향이가 이몽룡을 만나든 만나지 못하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춘향이로부터 제때제때 수임료만 두둑이 챙길 수 있으면 장땡이다. 춘향이가 법률 기술자들에게 의지하면 의지할수록 이몽룡과 재회할 가능성이 외려 더욱더 낮아지는 까닭이다.


필자는 사방팔방으로 거친 야유와 야멸찬 조롱을 듬뿍 받을 각오를 하고서 뉴진스를 성춘향에, 뉴진스 팬들을 이몽룡에, 방시혁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회장을 변학도에 각각 대입해보겠다.


뉴진스의 분함과 억울함은 방시혁을 법으로 응징한다고 해서 씻어지지 않는다. 팬들과 꾸준히 만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봄눈 녹듯이 사르르 풀린다. 따라서 방시혁을 법으로 응징하느라 팬들과의 만남이 오랫동안 불가능해진다면 그야말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격이 아닐까? 뉴진스와 팬들이 만나지 못한다고 하여 방시혁이 장기적으로 손해 볼 건 별로 없다. 뉴진스의 애간장이 타고, 팬들의 속이 문드러질 따름이다.


뉴진스는 최근 혁명가의 역할을 분연히 자임하는 상황이다. 혁명가의 본원적 사명은 민중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자 세상을 변혁하는 데 있다.


뉴진스에게 민중의 자신들의 열혈 팬이다. 뉴진스가 혁명가로 변신함으로 말미암아 팬들이 뉴진스의 음악과 영원히 작별해야만 한다면 그 혁명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는 혁명이라기보다는 태평양 전쟁 말기에 일본군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무모하게 감행했던 소위 옥쇄 전술에 차라리 더 가깝지 않을까? 필자는 뉴진스 팬들 가운데 뉴진스가 방시혁을 향해 ‘만세 돌격’을 시도하다 장렬히 산화하기를 바라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뉴진스 멤버들의 정확한 심리 상태와 그 주변인들이 염두에 둔 구체적 투쟁방침과 비장의 출구전략이 뭔지를 모른다. 그러나 어느 곳이든지 내부 의견이 주전파 즉 매파와 주화파, 곧 비둘기파로 갈리기 쉬움은 알고 있다.

 

필자가 만약 뉴진스에게 향후의 거취와 행보에 관해 세세하게 조언할 수 있는 입장에 놓였다면 “일단은 안에서 싸우자”고, “파국만은 어떻게든 피하자”고, “팬들을 슬프게 하는 결정 절대로 하지 말자”고 간곡하게 설득했을 듯하다. 그리고 청나라군에 포위된 남한산성에서 주화파의 거두 최명길이 눈물을 삼키며 했듯이 찢어진 종이를 다시금 이어붙여서라도 방시혁 회장 측과의 휴전합의문을 작성했을 성싶다.

 

솔로몬 왕의 지혜는 왜 인류사에 영원히 빛나고 있을까? 솔로몬의 최우선 목적은 제각기 아이의 친모임을 주장하는 두 명의 여인 중 가짜 엄마를 골라내어 벌주는 데 있지 않았다. 일단은 아이의 목숨부터 먼저 살리는 데 있었다.

 

뉴진스의 친엄마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임은 삼척동자마저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뉴진스를 살리는 선택을, 팬들을 기쁘게 하는 판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뉴진스를 살리는 선택이 민희진의 과제라면, 팬들을 기쁘게 하는 판단은 뉴진스 다섯 젊은이의 몫이리라.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스타는 종국에는 자기 스스로가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지금은 팬들을 위해 잠시의 굴욕스러운 후퇴를 인내하는 와신상담의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가수의 자존심은 판사의 영혼 없는 선고가 아닌 팬들의 열렬한 함성과 환호 속에서 세워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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