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보수세력은 6월 대선에 왜 매달릴까 - ‘대선은 한중전’ 프레임에 대한 망국적 집착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04-01 19:12:31
기사수정

조기 대선을 이른바 한중전 구도로 몰아가려면 보수는 대통령 선거의 투표일을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6월 4일에 최대한 근접시켜야 한다. 이미지는 공무원 입시 강사에서 극우 선동가로 시나브로 변신한 전한길 씨의 태극기 집회 연설 모습을 담은 뉴라이트 매체 뉴데일리의 유튜브 채널 화면

내란수괴 피의자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2025년 4월 4일 금요일로 확정·발표되었다. 비상계엄 선포를 빙자한 내란을 일으킨 날로부터는 122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날로부터는 111일 만에 윤석열의 대통령직 유지 여부에 관한 최종적인 법률적 판단이 내려질 참이다.


현직 대통령이 무장한 군부대를 동원해 입법부인 국회를 침탈하고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를 습격하는 장면이 국내는 물론 해외 수십 개 나라로까지 실시간으로 생생히 중계된 터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에 대한 탄핵안이 만에 하나 헌재에서 인용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당장 셔터를 내려야만 마땅하다. 필자가 윤석열이 권좌에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복귀하는 상황은 아예 고려조차 않는 까닭이다.


윤석열이 절대다수 국민들의 기대와 예상에 걸맞게 대통령 자리에서 파면당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를 실시해야만 한다. 구체적 선거일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하도록 공직선거법 제35조 1항에 규정되어 있다. 조기 대선 날짜를 택일하는 결정권은 매우 부당하게도 여전히 현 정권에 속한 인물들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몫이라 하겠다.


전광훈 목사나 전직 학원 강사 전한길 부류의 극렬분자들을 제외한다면 보수층 대부분은 탄핵 인용을 피할 수 없는 결말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러한 인식은 법조계에 대거 포진한 수구기득권 인사들에 의해서도 널리 공유돼왔다. 따라서 윤석열 파면이 불가항력의 대세가 되고 만 지금 같은 정세에서 한국의 보수반동 집단이 할 수 있는 일의 최대치는 조기 대선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이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기 마련이다.


5월은 한국의 보수 세력에게는 오랫동안 없었으면 하는 달이었다. 박정희의 군부 쿠데타는 5월 16일에 있었다. 전두환은 5월 17일에 최규하로부터 정권을 완전 탈취했다. 5월 18일은 광주민중항쟁 기념일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5월 23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 보수의 잔인함과 부도덕성은 하필이면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거침없이 폭주했다.


기득권 세력의 수세는 현충일과 6·25 전쟁 발발일이 들어 있는 6월에 접어들어 대체로 마침표가 찍히는 경향이 있었다. 6월의 시작과 함께 보수는 수세에서 공세로 일제히 전환했다.


한국 보수의 특성은 혜택과 책임이 비례하는 숭고하고 성숙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있지 않다. 더 많은 특권을 누리려는 악착같음과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하려는 탐욕에 있다.


자기 손해는 손톱만큼도 보기 싫어하는 극도의 이기주의야말로 가까이는 1910년의 국권 상실 이후로, 멀리는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으로 불리던 군사반란을 감행하던 시절부터 이 땅 보수의 뼛속 깊이 박힌 태생적 유전자였다.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한국의 기성 보수가 본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투표일을 찾아 헌법재판소 안팎을 무대로 가히 총력전을 방불하게 하는 농성전을 벌인 건 하등 낯설고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리라.


한국의 보수에 중국 때리기, 곧 반중은 새로운 노다지로 통한다. 한국사회의 모든 모순과 병폐를 무조건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6월 4일은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날이다. 천안문 사태는 중국 대륙에 공산당 정권이 수립된 이래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올해 6월 3일로 투표일이 낙착되면 보수는 지난 두 차례의 총선을 ‘한일전’ 구도로 내세워 톡톡하게 재미를 본 진보를 흉내 내 조기 대선을 ‘한중전’으로 포장할 수가 있다. 한국의 보수는 말로만 진보를 신나게 욕해왔을 뿐, 실제 행동에선 그들의 타도대상이자 경쟁진영을 부지런히 모방해온 셈이다.


선거전에 외세를 끌어들이면 잠시 재미를 볼 수 있다. 반면, 장기적 국익에는 두고두고 생채기가 난다. 민주당은 ‘대선은 한일전’을 외치다 망가진 이미지를 만회하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일본에 우호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조기 대선에 중국을 끌어들여 잠시 재미를 보는 대가는 앞으로 한국 정부와 국민이 두고두고 대신 치르게 될 게 뻔하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 부지런히 실리 외교를 펼치는 동안 한국 극우는 중국이란 풍차를 향해 나 홀로 돌격하는 돈키호테가 될 전망이다. 6월의 조기 대선을 계기로 한국 보수의 악명은 광화문과 안국동을 넘어 워싱턴 외교가와 북경의 번화가와 동경의 주택가로 멀리멀리 퍼지게 되리라. 국위 선양은커녕 나라 망신만 톡톡히 시키는 보수, 윤석열 정권이 대한민국에 남길 수많은 부정적인 망국적 유산들 가운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테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paxnews.co.kr/news/view.php?idx=51835
  • 기사등록 2025-04-01 19:12:31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환경재단, 천연기념물 ‘한강의 황쏘가리’ 치어 방류 활동 성료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은 지난 2일(토) 에쓰오일(S-OIL),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와 함께 천연기념물 ‘한강의 황쏘가리’ 복원을 위한 치어 방류 활동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활동은 환경재단과 에쓰오일이 공동 운영하는 ‘천연기념물지킴이단’ 사업의 일환으로,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복원의 중요성과 생태 보전의 가치를 ...
  2. ‘김동길 트리오’와 보수의 종말 전한길의 인질극은 전한길의 단독범행으로는 애당초 불가능한 사태였다. 안에서 호응해주는 공범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공범들이 바로 누구냐?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전직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와 전직 사무총장 장동혁이다. 김문수, 장동혁, 전한길 3인방이 ‘김동길 트리오’로 통칭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3. 급전 찾는 5060, 2금융권 신용대출 연체율 비상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20개 저축은행, 8개 카드사, 10개 캐피탈사로부터 제출받은 `2021~2025년 연령대별 개인신용대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2금융권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의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올해 5월 말 기준 저축은행 신용대출의 60세 이상 차주 연체율은 7.65%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같은 시점의...
  4. ‘정원도시 서울’ 열풍…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최단기간 500만 돌파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개장 72일 만인 지난 1일, 누적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8일 빠른 기록으로, 역대 최단 기간 달성이다. 이번 박람회는 도심 속 공원의 높은 접근성과 다채로운 콘텐츠로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 모두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보라매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
  5. 광복 80주년…정부, 83만여 명 특별사면·행정제재 감면 이재명 정부가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오는 15일자로 총 83만6,687명에 대한 특별사면과 행정제재 감면을 단행하고, 약 324만 명에 달하는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조치도 시행한다.정부는 11일 ‘국민주권정부’ 출범 후 첫 특별사면을 발표하며 국민통합과 민생 회복을 핵심 목표로 제80주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한...
  6. `걸어서 20분` 남산 정상 시대, 서울시민 건강 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토) 오전 6시 30분, 정희원 신임 서울 건강총괄관과 함께 남산 `북측숲길`을 찾아 이용자 편의와 안전을 점검하고 시민 소통에 나섰다.서울시는 지난달 28일 남산 정상 N서울타워와 북측순환로를 잇는 0.5km 길이의 `북측숲길`을 개방했다. 이 길을 이용하면 남산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이 기존 1시간에서 20분으로 대폭 줄..
  7. 폴리텍대학, 현장 맞춤형 안전보건교육 확대…“안전한 캠퍼스 만든다” 한국폴리텍대학이 온라인 위주의 안전보건교육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찾아가는 안전보건교육’을 본격 시행한다.이번 교육은 시설관리, 급식 조리, 환경미화, 경비 등 캠퍼스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사례와 예방 대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교육 참석자에게는 ...
  8.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보상사업지구 내 취약 계층에 폭염 대비 물품 전달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 황상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보상사업지구 내 취약 계층 주민들을 위해 폭염 대비 물품을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이번 물품 지원은 폭염에 특히 취약한 천막, 텐트 등 임시 거주 시설에 살고 있는 주민을 위한 것으로, SH는 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와 협력해 용산역 인근 텐트촌 노숙인들에게 쿨 매트, ..
  9. 부산·울산·경남 사회적기업, 광안리서 스타상품 선보인다 부산의 대표 여름 축제 ‘광안리 차 없는 문화의 거리’에서 부산·울산·경남 사회적기업이 만든 우수 상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올해부터 새로 지원하는 ‘지역특화 스타상품’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8월 9일 오후 5시부터 광...
  10. 외국인 노동자 결박·괴롭힘 사업장…고용부 “엄정 조치” 고용노동부가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제조사업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 결박·괴롭힘 사건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폭행과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한 다수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엄정 조치에 나섰다.해당 사건은 내국인 관리자가 외국인 노동자를 벽돌과 함께 결박한 뒤 지게차로 이동시킨 것으로, 고용부는 사건 인...
최신기사
책-퇴진하라
책-보수의종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