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김문수(오른쪽 사진)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국민에 대한 공적인 도리는 짧고, 윤석열에 대한 사적인 의리는 길다고 믿는 사람처럼 계속 행동하고 있다. 그 오도된 확신의 결말이 보수의 종말일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내란수괴 피고인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지 47일 만에 공개 행보를 했다는 소식이다. 중범죄자 중의 중범죄자일 윤석열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지귀연의 석연치 않은 구속 기간 계산법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계속 의왕구치소 독방에 갇혀 있었으리라.
그런데 조용히 자중하고 근신해야 마땅할 국사범이 마치 노벨상이라도 수상한 것처럼 부하들을 데리고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영화관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행차를 했다. 파렴치한 내란범의 어이없고 뻔뻔스러운 개선장군 흉내는 윤석열과 그 추종세력이 획책·자행한 12·3 내란 사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웅변하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물증이라 하겠다. 신속하고 완전한 내란 종식이 6·3 대선의 최우선적 쟁점이자 의제여야 하는 까닭이다.
윤석열의 행태에서는 기괴하고 흥미로운 법칙이 발견된다. 배우자 김건희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전면에 출현한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건희가 건진 법사를 자처해온 무속인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명품 샤넬 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이 차츰차츰 사실로 밝혀지자 윤석열은 이제는 한물간 어느 전직 PD가 제작한 영상물이 상영되는 개봉관에 요란하게 등장했다. 윤석열 바로 곁에는 그의 수행비서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전직 학원 강사 전한길 씨가 찰떡처럼 딱 붙어 있었다.
윤석열은 나날이 숫자는 줄어들되 더욱더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그의 잔존 지지자들에게 김건희 수호에 목숨 걸고 나설 것을 은연중 촉구하고 있었다. 대법원장 조희대와 검찰총장 심우정 등 사법기관에 심어놓은 심복들의 힘만으로는 윤석열 본인과 부인 김건희의 안위를 보장하기가 역부족이라고 아마 판단했을 터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베를린 시내에 구축된 전용 방공호에서 농성하던 히틀러는 소련군의 진격을 더는 막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자 독일군 장병들에게는 옥쇄를, 독일 민중에게는 전 국토의 초토화를 자포자기적으로 명령했다. 그나마 히틀러는 독일인들에게 총통 부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지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반면, 윤석열은 그와 김건희 단 두 사람이 감옥에 가는 상황을 무조건 막으려 작게는 국민의힘에, 크게는 한국 보수진영 전체에 가미카제 특별공격대 즉 자살공격대가 될 것을 이번 영화관 나들이로 교시한 양상이다.
북벌은 조선왕조 후기의 대표적 수구기득권 집단인 노론 세력이 병자호란의 패전에서 여지없이 폭로된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은폐하려 급조해낸 허황된 목표였다. 평생 손에 창칼 한 번 쥐어보지 않았던 노론 인사들이 신흥 강국 청나라를 겨냥해 나라의 존망이 걸린 복수전을 진지하게 준비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2020년에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권을 치욕적 참패의 수렁으로 이끈 미래통합당 당대표 황교안 씨와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공병호 씨가 만들어낸 비루한 핑곗거리였다. 윤석열은 그 핑곗거리를 가져다가 그와 구태 친윤 정치꾼들이 말아먹은 2024년 22대 총선의 면피용 알리바이로 삼았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윤석열이 이 가공의 알리바이를 진실이라고 믿는 심각한 망상장애에 빠졌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 윤석열이 평생에 걸친 과도한 음주 습관으로 말미암아 알코올성 치매에 걸렸다고 조심스레 추측하게 된 배경이다.
윤석열이 극장에서 관람한 영상물은 ‘부정선거 호소인’들이나 볼 법한 황당무계한 콘텐츠였다. 우리는 윤석열을 더 이상 악인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그가 보여주는 괴이하고 부조리한 행동들은 악당의 소행이라기보다는 광인의 짓거리에 더 가깝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그 한심하고 대책 없는 광인의 짓거리에 다시금 맞장구를 쳤다. 김 후보는 윤석열을 위시한 부정선거 호소인들이 제기한 근거 박약한 의혹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해명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2023년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시작된 국힘의힘의 일련의 선거 패배가 윤석열과는 무관한 것처럼 결과적으로 호도하고 말았다. 이쯤 되면 김문수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호명하기 쑥스러운 지경이다. 김문수는 국민의힘의 당명과 기호를 몸에 달고 다니는 사실상의 자유통일당 대통령 선거 후보자인 셈이다.
김문수 후보가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따라잡으려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이루려면 윤석열과의 단호하고 즉각적인 절연은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현실은 딴판이다. 김문수는 윤석열의 일거수일투족을 향해 가히 가히 물개박수와 다름없는 맹목적인 찬사와 동조를 보내고 있다. 왜 그럴까?
김문수의 참모들과 책사들은 김 후보의 장점으로 은혜를 잊지 못하는 성격을 꼽고 있다. 그렇다. 김문수에게 윤석열은 절대 멀리할 수도 없거니와 멀리해서도 안 될 소중한 은인이자 귀인이다.
일반 대중은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와 자치단체장이 받아가는 월급이 많다고 생각하다. 대부분 억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등의 선출직 공직자들은 나라로부터 수령한 돈을 집에 고스란히 가져가기 어렵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직책 당비는 기본이고, 알게 모르게 각종 경조사도 챙겨야 하며, 재선에 대비해 휘하의 조직도 꾸준히 관리·확충해야 하는 탓이다.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빛 좋은 개살구이기 일쑤이다. 이와 달리 임명직은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윤택한 가정경제와 지속적 재산증식을 염두에 둔다면 임명직이 선출직에 견주어 단연 유리하다.
김문수 후보의 공직 이력을 찬찬히 살펴보면 선출직이 거의 전부였다. 그는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차례로 역임했다. 선출직은 신물 나게 해봤을지언정 임명직과는 좀체 인연이 없었던 김문수의 운명은 윤석열 정권에 들어와 크게 바뀌었다. 옛날 할머니들 표현대로 팔자가 확 핀 것이다.
윤석열은 김문수에게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자리와 고용노동부 장관 직위를 연이어 하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문수처럼 민중당 출신 인사였던 최측근 이재오 전 의원에게 무늬만 장관인 정무장관 감투를 씌워준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일이다.
김문수는 어쩌면 윤석열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집에다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꼬박꼬박 가져다줬을지 모른다. 그런 김문수에게 윤석열을 매정하게 버리라니? 김문수는 윤석열과 단절하느니 대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마저 뒤지는 3등을 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내심 단단히 결심한 것이 아닐까? 그는 국민에 대한 도리는 짧고, 윤석열에 대한 의리는 길다고 확신하는 모양새이다.
귀인이자 은인인 윤석열을 박절하게 내치지 못하는 김문수의 모습은 사적 수준에서는 아름다운 미담이다. 은혜 갚은 까치에 버금간다.
그러나 윤석열이 저지른 헌정파괴 범죄와 김건희가 관여된 여러 가지 권력형 비리들을 까마귀 고기라도 삶아 먹은 양 까맣게 잊은 듯한 김문수의 태도는 공적 차원에서 평가한다면 유권자들로 하여금 귀를 씻고 싶게 하는 추레하고 불미스러운 괴담일 뿐이다. 자연인 김문수의 미담과 공인 김문수의 괴담 사이에서 집권 여당 대선 후보 김문수는 길을 잃었다. 아울러 한국의 보수정당은 미래를 잃었다. 그 와중에 정권도 잃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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