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과 벌컨」, 정당이 납치된 시대의 죽비소리
장훈 교수는 훌리건들 반대편에는 벌컨(Vulcan)들이 포진해 있다고 역설한다. 벌컨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시민들을 뜻한다. 장훈 교수는 벌컨들이 소란스러운 지금의 정치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고 「훌리건과 벌컨」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개탄했다. 훌리건의 득세와 벌컨의 퇴조 현상은 상식적 민심과는 나날이 동떨어져가는 이른바 당심에 무기력하게 휘둘려온 최근 20여 년 동안의 한국 정당정치의 족적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윤승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해병대 연평부대를 찾아 최전방 장병들을 격려하고, 징집 최소화와 모병제 전환을 골자로 한 군 체제 개혁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인천시 옹진군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열린 장병들과의 오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연평부대 방문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4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방문에서 장병 격려에 그치지 않고 군 복무 환경 개선과 미래형 군 구조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직접 전했다.
이 대통령은 연병장에 들어서자 박수와 환호로 맞이하는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K-9 자주포·천무 등 기동·화력장비 7대를 차례로 시찰하며 현황 보고를 받았다. K1E1 전차·스파이크 등의 제원과 성능 설명을 들은 이 대통령은 해당 장비의 육군 공용 여부와 방산 수출 성과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이어 해외 방산 시장에서 주목받는 K9A1 자주포에 직접 탑승해 장비 성능을 확인했다.
오찬 간담회는 해병대 간부와 장병 80여 명이 함께한 자리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사실 몇 달 전에 방문하려다가 일기가 나빠 통닭만 보냈는데, 잘 드셨다면서요?"라고 운을 떼자 장병들은 "잘 먹었습니다!"라고 힘차게 화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대통령은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우리 국민들께서 편안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처럼 특별한 희생을 치르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보상을 통해 형평을 이뤄야 한다는 게 제 신념"이라면서 "가능한 방법을 충분히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군 체제 개혁에 대해서도 발언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군인들의 역할도 과거와 달리 첨단 무기·장비 체제를 운영하는 전문 병사, 전문 간부로 새롭게 태어나 군에서 보내는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충분히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군 체제를 바꿔보겠다"고 말했다. 또 "과거 여러 차례 약속한 대로 징집병들을 최소화하고, 모병을 통해서 자기 직장으로 군을 택할 수 있게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는 장병들이 부대 내 애로사항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류승재 일병은 "연평도는 PC방이나 영화관이 부족해 체력단련실에서 스트레스를 푸는데 기구가 노후화되고 부족하다"며 헬스기구 추가 배치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꼭 챙겨서 바로 보내겠다"며 위성락 안보실장에게 즉석에서 지시했다.
노후 배관·화장실 개선, 사격·포격 훈련 확대, 간부 우선 배치 등의 건의도 잇달았다. 전역을 닷새 앞둔 노영래 병장은 "연평도에 국방TV 군 위문 공연 프로그램인 '위문열차'가 온 적 없다"며 후임들을 위해 보내달라고 간청해 큰 웃음을 자아냈고, 이 대통령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계획이 있을 텐데 챙겨봐 달라"고 지시했다.
군 의료 문제도 거론됐다. 안우희 상사는 "기상 악화로 배나 헬기가 뜨지 못하거나 CT장비가 있어도 영상의학 군의관이 없어 사용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신속한 진료 여건 개선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국방부에서 순회진료라도 누락되지 않게 잘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 후에는 사격장으로 자리를 옮겨 화기 사격 시연을 참관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실탄이 장전된 K2C1 자동소총과 K15 기관총 사격에 직접 나서 자동소총의 경우 표적지에 안정적인 탄착군을 형성하는 실력을 보였다.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연평도 평화전망대를 찾은 이 대통령은 부대장으로부터 서북도서 방위 임무를 보고받은 뒤 전망대에서 북측 해역을 살폈다. 앞바다에 떠 있는 중국어선을 주시하던 이 대통령은 NLL 위치·선박 수·서해에 중국어선이 집중되는 이유 등을 캐물었다.
위성락 안보실장이 NLL 경계 지역 단속의 어려움을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북한 선박도 아닌 중국 선박이 NLL 경계 지역에 와서 분쟁을 일으키는 건 못하게 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안보실장에게 "(해결책을) 의논해봐 달라, 그냥 두고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대낮에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지시하며 이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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