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과 벌컨」, 정당이 납치된 시대의 죽비소리
장훈 교수는 훌리건들 반대편에는 벌컨(Vulcan)들이 포진해 있다고 역설한다. 벌컨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시민들을 뜻한다. 장훈 교수는 벌컨들이 소란스러운 지금의 정치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고 「훌리건과 벌컨」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개탄했다. 훌리건의 득세와 벌컨의 퇴조 현상은 상식적 민심과는 나날이 동떨어져가는 이른바 당심에 무기력하게 휘둘려온 최근 20여 년 동안의 한국 정당정치의 족적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강희욱 기자
국회입법조사처가 통증 관리와 완화의료 등 사회적 지원 체계를 먼저 보장한 뒤, 그럼에도 남는 극단적 고통을 겪는 환자를 위해 의사조력사망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의사조력사망 입법 논의 위한 사회적 공론화 제안
입법조사처는 26일 `해외 의사조력사 제도 유형과 국내 입법의 방향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스위스 등 해외에서 조력 사망을 선택하는 한국인 사례가 알려지며 의사조력사망은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디그니타스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한국인 11명이 조력 사망을 지원받았으며, 144명이 서비스 이용을 문의하거나 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조력사망은 환자 개인의 결심 외에도 정보 제공, 비용 지원, 출국 동행 등 가족이나 지인의 조력이 수반되어 자살방조 등 형사책임의 경계에 놓이기도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조력사망 선택은 단순히 신체적 통증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자율성 상실이나 일상 활동능력 저하를 이유로 든 경우가 많았으며, 42%는 가족이나 돌봄 제공자에 대한 부담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완화의료와 경제적 지원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환자의 극심한 고통에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돌봄 의존, 사회적·경제적 취약성 등 복합적 기준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치매나 정신질환 환자의 경우 본인의 의사 확인이 어렵다는 점도 중요한 쟁점이다. 네덜란드의 2024년 안락사 보고서에는 치매 사례 427건과 정신질환 사례 219건이 포함되었으나, 환자의 일관된 의사 표현과 치료 가능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통해 임종기 의료결정의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2026년 3월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약 330만 명,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은 누적 50만 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연명의료 중단과 의사조력사망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연명의료 중단은 치료 효과가 없는 연명 치료를 멈추는 것이지만, 의사조력사망은 의료인이 치사약을 처방하거나 투여하는 구조라 현행법상 자살방조나 살인죄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입법조사처는 제도 도입에 앞서 대상자를 말기 환자로 한정할지, 독립 심사 기구를 어떻게 구성할지 등 세부적인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료인의 참여 거부권 사이의 조화도 핵심 쟁점이다.
결론적으로 의사조력사망은 누구에게나 열린 죽을 권리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해소되지 않는 극단적 고통에 대한 예외적 선택지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도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돌봄 안전망과 완화의료 체계를 우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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