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과 벌컨」, 정당이 납치된 시대의 죽비소리
장훈 교수는 훌리건들 반대편에는 벌컨(Vulcan)들이 포진해 있다고 역설한다. 벌컨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시민들을 뜻한다. 장훈 교수는 벌컨들이 소란스러운 지금의 정치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고 「훌리건과 벌컨」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개탄했다. 훌리건의 득세와 벌컨의 퇴조 현상은 상식적 민심과는 나날이 동떨어져가는 이른바 당심에 무기력하게 휘둘려온 최근 20여 년 동안의 한국 정당정치의 족적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훌리건과 벌컨」, 정당이 납치된 시대의 죽비소리
장훈 교수는 훌리건들 반대편에는 벌컨(Vulcan)들이 포진해 있다고 역설한다. 벌컨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시민들을 뜻한다. 장훈 교수는 벌컨들이 소란스러운 지금의 정치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고 「훌리건과 벌컨」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개탄했다. 훌리건의 득세와 벌컨의 퇴조 현상은 상식적 민심과는 나날이 동떨어져가는 이른바 당심에 무기력하게 휘둘려온 최근 20여 년 동안의 한국 정당정치의 족적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장훈 중앙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책인 「훌리건과 벌컨」은 편협한 당심의 폭압과 압제에 시달리고 있는 폭넓은 민심의 해방을 부르짖고 있다.“가장 뼈아픈 사실은 정당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은 이제 건전한 공론의 장이 아니라 극단적 포퓰리즘과 강성 팬덤에 의해 포획되었습니다. 공적 숙의는 사라지고 좌표 찍기와 문자폭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의 책인 「훌리건과 벌컨(도서출판 어티피컬 발행)」 서문에서 인용한 글이다. 저자인 장훈 교수의 핍진한 문제의식이 압축적으로 표현돼 있는 문장이다.
사전적 개념의 훌리건(Hooligan)은 축구경기장 안팎에서 기물 파손과 상대방 응원단에 대한 공격 같은 폭력적이고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팬들을 의미한다. 장훈 교수는 현재의 한국정치가 극단적 당파성에 매몰되어 폭력과 혐오를 서슴지 않는 훌리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쟁을 더 흥미롭게 해주는 양념이라 정당화한 문자폭탄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윤석열 전 대통령 추종자들의 서울 서부지방법원 습격사건도 이념과 정파는 다를지언정 정치 훌리건들의 소행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장훈 교수는 훌리건들 반대편에는 벌컨(Vulcan)들이 포진해 있다고 역설한다. 벌컨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시민들을 뜻한다. 장훈 교수는 벌컨들이 소란스러운 지금의 정치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고 「훌리건과 벌컨」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개탄했다. 훌리건의 득세와 벌컨의 퇴조 현상은 상식적 민심과는 나날이 동떨어져가는 이른바 당심에 무기력하게 휘둘려온 최근 20여 년 동안의 한국 정당정치의 족적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장훈 교수는 한국 정치학계를 대표하는 경륜과 실력과 인격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정통 정치학자이다. 그는 한국 정당학회장과 한국정치학회장을 역임하며 정치와 정치학 간의 거리를 좁히는 데 노력해왔다. 나는 작년 여름 장훈 교수의 자택에서 홍희경 서울신문 논설위원과 함께 정기적으로 대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벌컨과 훌리건」의 본문에는 세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의 일부가 포함돼 있다.
장훈 교수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노스웨스턴 대학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유명 패션 잡지사인 「런웨이」에 인턴 편집자로 취업한 주인공 앤드리아(앤 해서웨이 분)가 졸업한 학교로 설정돼 있을 정도로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 수준 높은 학문적 성과를 이룩해온 학교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럼에도 장훈 교수는 정치학자들이 인민의 피와 땀과 눈물이 흐르는 민생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진짜 민심을 듣는 일보다는, 연구실에 파묻혀 각종 사례와 데이터를 조사하는 작업에 더욱더 치중하는 미국식 정치학의 기풍과 문화가 한국에 무비판적으로 도입·이식된 현실에 대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홍희경 위원과 내게 수시로 토로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자신의 후학들이 아늑한 아카데미의 틀에만 안주하지 말고 공장과 상가와 광장과 길거리로 더 자주 나갔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피력했다.
그런데 정치와 정치학의 괴리만이 과연 큰일일까? 장훈 교수가 정당이 납치된 이 시대에서 중요하게 짚고 싶었던 대목은 따로 있었을 성싶다. 다름 아닌 민심과 당심의 분리다.
그렇다면 당심과 민심의 가장 근접했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장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각각 이끌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정치인들의 활약과 업적이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심각하게 과소평가돼왔다고 지적하면서, 그들이 제도권 정치인인 동시에 반독재 민주화 투사였음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곰곰이 따져보면 권노갑과 한화갑, 김동영과 최형우 같은 이들이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대에 겪었던 시련은 웬만한 재야인사들이나 학생운동권 관계자들이 당했던 시련에 견주에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또 한 가지 크게 간과된 부분이 있다. 동교동계 당원들과 상도동계 당원들은 그들이 이끄는 리더, 즉 김대중과 김영삼에게 정확하고 생생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인터넷도 안 되고, 휴대전화도 없던 아날로그 시대였음에도 당원들의 이러한 헌신과 노고 덕분에 야당 지도자 시절의 DJ와 YS는 민심과 함께하는, 여론을 거스르지 않는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당비도 내지 않았을 뿐더러 민주당식 권리당원도, 국힘식 책임당원도 아니었던 동교동계 당원들과 상도동계 당원들은 벌컨 역할을 했으면 했지, 훌리건 노릇은 하지 않았다.
20세기 들어와 열렬히 찬양·고무돼온 정당민주주의는 한국정치의 발전에 실제로 건설적으로 기여해왔을까?
카리스마적 지도자였던 김대중과 김영삼은 이미 서거한 지 오래다. 김대중과 김영삼을 따랐던 당원들 또한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정치일선에서 은퇴했다. 그들을 구태라 비난하고 ‘난닝구’라 욕하던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상층부를 구성하고 있다. 국민의힘 사람들 역시 당심 100프로의 정당민주주의가 완벽히 관철․구현된 당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당원이 당의 주인이 되는 당심 100퍼센트의 정당이 희대의 엽기정치인이자 내란 옹호자인 장동혁을 당대표로 밀어올린 작금의 국민의힘이다. 정당민주화를 극한으로 추구하는 정당이 김어준 일행의 선동과 주술에 수시로 어이없이 농락당하는 오늘날의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심에 조응하지도, 일치하지도 않는 당심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김어준에게 지배당하는 민주당과 ‘윤 어게인’에게 장악당한 국힘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재래식 언론으로 매도되는 종이신문 정치면의 활자 대신 괴담과 음모론이 난무하는 저질상업극단주의 유튜브 방송들의 현란에 말장난에 뇌세포가 중독된 ‘직업이 당원이 사람들’이 좌지우지하는 정당들은 규모와 성향을 막론하고 갈등과 분쟁의 중재자도, 유능한 차세대 정치인의 산실도, 진지한 미래비전의 토론장도 아닌 막대한 액수의 국가보조금까지 타가면서 합법적으로 운영·유지되는 사회적 흉기로 바야흐로 전락·변질하고 말았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여당의 지방선거 성적에 대한 반성문을 써야 한다고 설득해도 한사코 귀를 막고 있는 집권 여당 당대표 정청래와, 사방에서 빗발치는 퇴진론을 비루하게 피하려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다시금 불을 지피는 제1야당 당수 장동혁은 훌리건의 난동과 폭주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우리 정치의 비극적 자화상인 셈이다.
장훈 교수가 부활을 뜨겁게 갈망한 벌컨은 학자연하는 먹물도, 기회주의적으로 대세에 추종하는 소시민도 아니다. 싸워야 할 때는 싸울 줄 아는 용맹함과 대화해야 할 때는 대화할 줄 아는 인내심을 갖춘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민을 가리킨다.
마키아벨리는 몇몇 군주들을 향해 사자의 지혜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절규했다. 장훈 교수는 이제는 평범한 시민들이 이상적인 군주의 자질과 역량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래야 당원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기득권세력에게 피랍된 정당들을 국민 곁으로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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