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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⑪, “나는 치열한 경쟁이 두렵지 않다” - 기성세대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더는 미루지 말아야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1-01-21 2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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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의 설움을 끝내는 데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 번째는 주류도 없고, 비주류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아름답게 보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길이다. 두 번째는 스스로가 주류로 도약하는 길이다.

비주류가 주류로 도약하는 데에는 역시나 두 가지 길이 있다. 첫 번째는 주류들의 양보와 배려를 받는 것이다. 낭만적으로 들리기는 하나 이 또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길이다. 두 번째는 치열한 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이겨내 주류의 지위를 쟁취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안에서 아직은 비주류의 위치에 자리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그러한 경쟁의 마당을 통해서 주류로 웅비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거침없이 피력했다.

공희준(이하 공) : 인터뷰 마지막 질문에 드디어 다다랐네요. 구청장님께서는 ‘큰 꿈’을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조은희가 꾸는 큰 꿈은 뭔가요?


시민들의 삶에 플러스가 되는 서울시장이 되겠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당내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김대희 기자)

조은희(이하 조) : 저는 ‘플러스(Plus)’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저의 꿈은 좀 재미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플러스가 되는, 곧 보탬이 되는 삶을 사는 데 있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언제나 제 자존감을 높여 줘왔습니다. 남에게 좋으면 저에게도 좋다는 게 제 오랜 신조였거든요. 저의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 플러스가 됐으면 하는 게 제 한결같은 바람입니다.

 

저는 플러스가 되는 가족이, 플러스가 되는 친구가, 플러스가 되는 선후배가 되려고 무던히 애써왔습니다. 이러한 저의 인생철학은 제가 공직생활을 하는 내내 변함없이 이어져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초구청장으로서 46만 서초구민들께 플러스가 되는 구청장이 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이제는 천만 서울시민들께 플러스가 되는 시장이 돼야겠다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을 일단 한번 사귀게 되면 꾸준하고 일관되게 교류하는 편이었어요. 왜냐면 그분들의 삶에서 저란 존재가 마이너스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이왕이면 덧셈으로 자리하고 기억되는 사람이 돼야죠.

 

공 : 구청장님께서는 베이비붐 세대에 속하십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는 젊은 시절에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경우에 속합니다. 그런데 청년들이 수도 서울로 유입되는 현상은 수십 년 전과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습니다. 세대를 이어서 계속되는 서울쏠림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조 : 지역에 남아 있으면 뒤처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에 청년세대의 서울 쏠림이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서울은 별로 청년친화적인 도시가 아닙니다. 서울이든 서울 이외의 지역이든 먹고살기 힘든 건 다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당장의 생계 해결조차 벅찬 판국이니 연애에 나설 여건이 되지를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결혼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막상 결혼을 결심해도 배우자와 함께 살 살림집을 구하기가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돼버렸어요. 청년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원활하게 이어져야만 할 삶의 연결고리들이 군데군데 완전히 끊어져 있는 형국입니다.

 

운 좋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고난이 끝난 게 아닙니다. 단지 고난의 시작일 뿐입니다. 일례로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려면 보행기를 타야만 하는데, 아기가 보행기를 타고서 몇 발자국 못 걸어가 벽에 꽝 부딪히고 맙니다. 집이 너무 좁은 탓이죠.

 

공 : 저희 부부는 청년이 아닌 중년에 들어서야 혼인해 아이를 낳았는데, 지인께서 선물해주신 보행기를 몇 번 쓰지를 못했습니다. 아기가 보행기 타고 서너 걸음도 걷지를 못할 지경으로 집이 좁으니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더라고요.

 

조 : 아기 부모들은, 특히 엄마들은 아기의 그런 모습을 보면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금세 눈물이 눈가에 주렁주렁 맺히기 마련이에요. 둘이 살 때와 셋이 살 때는 가정에서의 상황이 아주 판이해집니다. 어른들만 생활할 때는 대충 참고 견디며 살 수가 있어도, 아기가 태어나면 한 평이라도 어떻게든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게 부모로서의 인지상정이에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에 도달하면 학교 근처로 이사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지고요. 그렇게 힘들고 고생스럽게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둘째 아이를 가질 엄두가 도저히 나지를 않게 되지요. 첫 아이에게 들어가는 육아비와 교육비만으로도 벌써 허리가 휠 지경이니까요.

 

한 사람의 생애주기와 관련된 전반적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청년 문제도 해결되고, 저출생 문제도 풀릴 수가 있습니다. 나라와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도 비로소 열릴 수 있고요. 저는 이 근본적 과제를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과연 여태껏 얼마나 진지하고 주의 깊게 고민했는지 이제라도 다들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든 586 세대든 현재의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와 미래세대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저 또한 기성세대에 속하는 한 사람입니다. 깊은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기성세대가 미래세대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줘야만 할 일들을 너무나 못해오고 있거든요.

 

저는 청년세대가 교육과 취업 때문에 겪고 있는 좌절과 고통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파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단군 이래 가장 화려한 스펙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토록 힘들게 쌓은 스펙을 갖고도 학교를 졸업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습니다. 괜찮은 일자리들마다 기성세대가 이미 다 차지하고 있거든요.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공교육이 사회에서 실제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인재상에 부합하게끔 청년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 : 제가 실은 나이가 나름 먹을 대로 먹은 인간입니다. 예전 같으면 뒷방에서 느긋하게 훈수나 두어야 할 연령대에요. 그럼에도 저희 업계에서는 제가 벌써 20년 가까이 막내입니다. 저보다 어린 친구들은 통 보이질 않아서 제가 선거 같은 때 메시지 써달라는 주문 아닌 주문을 받으면 심지어 쉼표는 언제 있어야 하고, 마침표는 어디에 찍어야만 할지까지 일일이 다 손봐서 보내줘야 해요.

 

조 : 세대를 나누는 두꺼운 기득권의 벽을 청년세대들이 여간해서는 돌파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진입부터가 우선 여의치를 않아요.

 

치열한 당내 경선이 본선 승리의 유일한 지름길

 

조은희 구청장이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관해 외신기자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서초구청)

인터뷰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조 : 서초구에서는 블록체인(Blockchain) 칼리지를 운영해왔습니다. 카이스트와 협업해 구직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일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기술 교육도 실시했고요. 여기에 젊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와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 뜨거운 열기와 성황에 주최 측인 저희가 오히려 더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경쟁을 터부시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이를테면 처음 기초 과정에 100명을 뽑은 다음, 우수한 사람들을 차츰차츰 추려내는 방식으로 마지막 3단계에서는 20명의 교육생만이 남았습니다. 만만찮은 경쟁의 관문을 뚫고서 최종 단계까지 진출한 20명의 교육생은 전원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공 : 경쟁을 장려한다는 이야기는 요새는 쉽게 펴기 어려운 주장인데, 구청장님께서는 전연 거리낌 없이 말씀하시네요.

 

조 : 어떤 일이든지 공짜로 얻거나 누리게 되면 확실하고 자발적인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나 살아남아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면 다들 의욕에 불타올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합니다.

 

공 : 그래서 현대 스포츠에서는 유달리 투쟁심을 강조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맥락에서 많은 출마자들이 참여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구청장님께는 동기부여가 확확 이뤄지는 절호의 경쟁의 장일 수가 있겠네요?

 

조 : 제가 바라는 게 바로 그런 치열하고 역동적인 경선의 마당입니다.

 

공 : 평상시에는 성실한 일꾼이었다가, 선거 때만 되면 투지 넘치는 검투사로 변신하시나 봅니다.

 

조 : 당이 해야 하는 일은 어느 날 갑자기 여론조사로 싱겁게 승부를 결판내는 게 아니에요. 제대로 경쟁하고, 제대로 검증받고, 제대로 토론할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의 무대를 책임지고 만들어줘야죠. 제가 8강, 준결승, 결승전으로 이어지는 살 떨리는 서바이벌 게임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당 지도부에 되풀이해 제안하고 촉구한 이유입니다. 그게 누가 진짜로 본선에서의 경쟁력 있는 후보인지를 가려내줄 수 있는 진정한 진검승부 아니겠어요?

 

공 : 완전 조은희 월드컵이네요. (웃음)

 

조 : 맞아요. 진짜 말씀 잘하시네. (웃음) 치열하고 역동적인 당내 경쟁이 없으면 본선에서의 승리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강력한 에너지가 창출되지 않습니다.

 

공 : 솔직히 제가 제일 싫어하는 종류의 이야기가 혼자 가는 열 걸음보다는 열 명이 같이 가는 한 걸음이 낫다는 투의 하나마나한 공자님 말씀입니다. 그렇게 여럿이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중에 알고 보면 저 혼자 강남에 잽싸게 입성해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더라고요. 제가 누구누구라고 굳이 특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조 : 꿈이야 여럿이 함께 꿀 수가 있죠. 그러나 현실은 치열한 경쟁의 장입니다. 진짜로 약자를 도와줄 의향이 있다면 그러한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생존하고 승리할 수 있는 실력과 경쟁력을 약자들도 배양할 수 있게끔 격려하고 지원해줘야죠.

 

공 : 현실에서는 이른바 멘토란 인물들이 좋은 말 대잔치 실컷 한 다음 청년들에게 자기들 책 푸짐하게 팔아먹는 걸로 게임 끝입니다.

 

조 : 서초구청에서 실시하는 청년들을 위한 첨단미래기술 교육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현재는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으로만 진행되고 있어요. 서초구에서 블록체인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블록체인 기술 선진국인 스위스 현지로 건너가 좀 더 심화되고 체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서초구에서는 그에 필요한 절차와 준비작업에 책임감을 갖고 나설 계획입니다.

 

공 : 그러고 보니 제가 정확히 만으로 17년 만에 취업했던 회사가 바로 요 근처인 뱅뱅사거리에 사업장 소재지를 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업체였습니다. 그런데 입사하자마자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코인거래소에서 갑자기 대폭락하는 바람에 회사를 그만둬야만 했어요.

 

조 : 우리나라에서는 블록체인을 금융투자의 일환으로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은데, 그리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었습니다.

 

공 : 대구의 방직공장부터 스위스의 블록체인 허브까지, 긴 시간 할애해 종횡무진하는 말씀 풍성하게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조 : 춥고 눈 쌓인 날에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 직접 들으러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1961년 경상북도 청송군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와 행정학 박사 학위를 차례로 취득했다. 양성평등실현연합 대표를 역임했으며,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을 거쳐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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