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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를 두느니 죽음을 달라 - 애국과 우정의 리더십 : 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 (7)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5-11 16: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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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class="fr-img-caption fr-fic fr-dii fr-fil" style="width: 385px;"><span class="fr-img-wrap"><img src="/data/cheditor4/2005/4cd8bad2c6e61a2b66331a7e0230b6e9c8bcb9c7.jpg"><span class="fr-inner">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테베의 최정예부대인 신성대에게 신체의 안전은 관심밖의 일이었다. 이미지는 국민들에게 2미터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당부하는 질병관리본부의 홍보 포스터</span></span></span>플라톤은 연인의 존재를 일컬어 &lsquo;신이 내린 친구&rsquo;라고 상찬했다. 300명의 동성애자로 편제된 테베의 특수부대에 &lsquo;신성대&rsquo;라는 명칭이 붙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까닭이었다.&nbsp;</p><p>&nbsp;</p><p>호머로스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구술한 걸로 알려진 그리스의 서사시인 겸 음유시인이었다. 호메로스는 씨족과 부족 단위로 군대를 조직하자고 제안한 네스토르의 구상을 비웃었다고 한다. 끈끈한 동지애와 유대감만을 중시하고서 군대를 꾸린다면 연인들로 이뤄진 부대를 만드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이유에서였다. 호메로스의 조금은 진지한 농담을 실제로 행동에 옮긴 당사자는 테베의 고르기다스였고, 이 고리기다스가 창설한 군사집단이 바로 신성대였다.</p><p>&nbsp;</p><p>신성대가 용맹무쌍했던 건 애인 앞에서는 부끄럽고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으로부터 비롯되었고 한다. 그 때문에 서력으로 기원전 338년에 벌어진 카이로네이아의 싸움에서 테베의 신성대는 마치 찜질방에서 쌍쌍이 붙어 안고서 잠든 연인들처럼 서로 뒤엉켜 있는 상태로 전사했다. 고대 그리스 세계의 주도권이 테베와 아테네 동맹으로부터 신흥 강국 마케도니아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마련한 카이이네이아 결전은 테베의 신성대에게는 최초의 패전이자 최후의 전투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2미터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느니 함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게 아름답고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을 한편으로 용감하고, 한편으로 무모한 인간들이 다름 아닌 테베의 신성대원들이었다.</p><p>&nbsp;</p><p>전차를 처음 개발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전차를 효율적으로 집단운용해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뒤바꾼 나라는 독일이었다. 항공모함을 최초로 진수시킨 국가 또한 영국이었다. 수척의 항모로 이뤄진 기동부대(Task Force) 전술을 창안함으로써 해전의 주역을 전함에서 항공기로 바꿔놓은 국가는 일본이었다.</p><p>&nbsp;</p><p>펠로피다스가 지휘권을 잡기 이전의 신성대는 일반 보병들 사이에 띄엄띄엄 분산배치되었다.&nbsp;펠로피다스는 위대한 성취를 향한 동료들 간의 선의의 경쟁심이 발동하면 훨씬 더 수월하고 신속하게 공동의 국가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nbsp;그는 신성대 전체를 한 곳에 집결시킨 다음 이들 모두를 최전방에 포진시킴으로써 그 파괴력과 돌파력과 공격력을 전장에서 극대화시켰다.</p><p>&nbsp;</p><p>독일군의 전차부대는 1940년 5월에 서유럽의 평원을 전광석화처럼 가로지르는 &lsquo;낫질 작전&rsquo;을 성공적으로 완수함으로써 당대 최강을 자부해오던 프랑스 육군을 단 6주 만에 굴복시킨 바가 있었다. 당시 독일 육군의 참모본부가 채택한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입각한 전격전 전략을 테베의 펠로피다스는 이미 수천 년 앞서서 보이오티아 지방을 무대로 선보였었다. 모아놓으면 모아놓을수록 시장에서의 장악력과 수익성이 폭발적으로 배가되는 네트워크 효과는 인터넷 기반의 정보통신기술 산업이 등장하기 한참 오래전에 발현‧검증됐던 셈이다.</p><p>&nbsp;</p><p>테베가 국력 배양에 힘쓰는 동안 스파르타는 국제공조 체제의 확립과 가동에 주력했다.&nbsp;스파르타는 여러 폴리스들과 평화협정을 차례차례 체결해 테베를 고립시킨 후에 클레옴브로토스 왕이 인솔하는&nbsp;1천 명의 기병대와&nbsp;2천 명의 중장보병으로 하여금 보이오티아를 침략하게끔 했다.&nbsp;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상황에 놓이자 펠로피다스는 자신의 아내에게 남편의 안위가 아닌 남편 부하들의 생명을 먼저 걱정하라는 말을 담담한 어조로 건네고서 의연히 전선으로 나섰다.</p><p>&nbsp;</p><p>테베의 지휘관들은 전세에 대한 판단과 공수에 관한 의견이 엇갈렸다. 스파르타가 파견한 정예병들과 막상 야전에서 맞닥뜨리자 보무도 당당히 테베에서 출전할 때의 호기가 무색하게 그들은 쫄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던 탓이다. 돌격대격인 신성대의 대장직을 맡고 있던 펠로피다스는 죽마고우인 에파미논다스의 견해를 좇아 적군과의 정면대결을 불사하기로 결정했다.</p><p>&nbsp;</p><p>양군은 레욱트라에서 대치했다. 레욱트라는 스케다소스의 여식들이 라케다이몬 출신의 정체불명의 사내들에게 몹쓸 짓을 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소였다. 스케다소스는 스파르타 법정이 자기 딸들의 억울한 죽음을 외면한 부당한 판결을 내린 데 절망하고 격분해 라케다이몬 사람들이 그들이 저지른 죗값을 레욱트라에서 반드시 치르고야 말 것이란 유언을 남기고는 딸들의 무덤 앞에서 자결하였다. 레욱트라는 그리스 곳곳에 흔한 땅이름이었고, 스파르타인들은 스케다소스와 그의 딸들이 관련된 비극적 사연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귓등으로 흘려들었을 뿐이었다.</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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