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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수는 개혁신당을 개혁할 수가 있을까 - 개혁신당 생존의 비밀은 정책이 아닌 정체성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9-09 19: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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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수는 2층부터 급하게 올리려는 개혁신당에 튼튼하게 1층부터 지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이미지는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발언하는 김두수 부원장의 모습)

경제의 세계에는 이변이 없다. 연 매출액 1억 원짜리 기업이 매출 100억대 규모의 기업을 먹을 수는 없다. 설령 운 좋게 먹었단 한들 머잖아 엄청난 고통을 겪으며 뱉어내기 일쑤이다. 유수의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은 현상을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로 일컬어왔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새우가 고래 사냥에 성공하는 이적이 종종 행해지곤 한다. 2012년의 19대 국회의원 총선거 국면에서 친노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혁신과 통합(약칭 혁통)」이 손학규 대표 체제의 민주당을 접수한 일은 새우가 고래를 삼킨 전형적 사건이었다. 필자는 손학규가 이때 상대방을 과소평가한 판단착오 반, 야권통합에 대한 어설픈 공명심 반으로 혁통에 성급하게 문을 따주는 바람에 대권에서 결정적으로 멀어졌다고 평가해왔다.

 

개혁신당의 정책연구기관인 「개혁연구원」 부원장에 며칠 전 임명된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새우등에 올라타 고래 사냥에 성공했던 인물이다. 다윗 혁신과 통합이 골리앗 민주당을 나포하는 데는 혁통 제일의 이론가로 통하던 김두수의 공로와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연유에서이다.

 

그즈음 필자는 혁신과 통합에 문을 열어주면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피력했고, 따라서 손학규를 위시한 민주당 수뇌부를 차례차례 설복시킨 희대의 걸출한 유세객 김두수는 참으로 얄밉고 야속한 이름이었다. 그 얄밉고 야속한 이름의 주인공을 향한 진심 어린 기대와 바람을 피력한 글을 지금 나는 열심히 쓰고 있으니, 왕년에 우리나라 국민윤리 교과서에도 등장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저 유명한 명제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비롯한 만물은 유전(流轉) 즉 변화하기 마련인 듯싶다.

 

김두수의 고래 사냥은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김두수는 민주당을 정치 개혁을 위한 긴요한 플랫폼으로 생각했으나, 나머지 대다수 인사들은 민주당을 집권에 쏠쏠히 도움이 되는 초대형 선거용 유세차 정도로 여겼던 탓이다.

 

개혁 작업을 치열하게 추진하고자 권력이 필요한 사람과 권력 자체만이 필요한 인간들이 권력투쟁을 벌이면 백이면 백, 후자들의 완승으로 끝나는 법이다. 김두수는 자신이 사냥한 고래가 어시장에서 전리품으로 신속하게 해체되는 핏빛 광경을 허탈한 표정으로 멀찍이서 바라보며 쓸쓸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권력 그 자체만이 필요했던 인사들이 탐냈던 것은 김두수의 선동가로서의 기술이었을 뿐, 그의 개혁가로서의 내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김두수가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표의 정무특보단 단장에 취임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필자를 포함한 적잖은 이들이 놀란 게 당연했다. 김두수는 군부독재와의 싸움과 수평적 정권교체의 실현에 청춘을 바쳤던 86 세대의 견결한 일원이었다. 이준석은 정형화되고 기득권화된 현재의 86 세대에 대한 반작용으로 말미암아 진보진영보다는 보수세력에 더욱더 친밀감과 유대의식을 느끼고 있는 젊은 2030 세대 남성들의 이해와 요구를 앞장서서 대변해왔다. 두 사람의 조합이 처음에는 물과 기름처럼 보였던 까닭이다.

 

김두수는 김두관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친동생이다. 김두관은 최고의 민선 군수에서 최고의 선출된 군주, 곧 대통령이 되려고 10년 넘게 절치부심해왔다. 김두관의 대안으로 이준석을 선택한 김두수의 결단이 김두관에게 충격이 됐는지, 자극제가 됐는지는 아직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관건은 김두수가 남긴 빈자리를 메우려면 김두관은 더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김두관 곁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준석 카드로 이뤄내려면 김두수는 보다 독해져야만 한다는 점이다.

 

김두관과 달리 김두수는 아예 소속 구단을 바꿨다. 김두수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부과돼 있었다. 첫째 과제는 신생 구단으로 유니폼을 바꿔입는 일이었다. 해당 과제는 일단 완수한 됨이다. 둘째 과제는 신생 구단을 명문 구단으로 키워나가는 일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풀어가야 할 미완의 과제이다.

 

개혁신당은 신생 정당이다. 구성원들의 나이 또한 젊다. 그렇지만 당명이 무색하게, 구성원들의 평균적 연령대와는 판이하게 선명한 개혁성을 발휘하지는 못해왔다. 심지어 가끔은 젊은 구태 분위기마저 풍기고는 한다.

 

원인이 여럿이겠으나 오늘은 한 가지 요인만 제시하고 싶다. 개인 수준에서는 이준석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해내지 못한 게, 조직 차원에서는 개혁신당이 국민의힘과의 완벽한 단절에 여전히 이르지 못한 것이 개혁신당의 개혁성의 미흡 내지는 부족에 상당한 영향을 끼쳐 왔다.

 

개혁신당은 당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당의 간판 정치인 전부가 국민의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사실과 정황을 근거로 개혁신당은 ‘범보수’로 흔히 분류돼왔다. 개혁신당은 범보수 일부로 분류되는 한에는 국민의힘 2중대의 굴레를 천형처럼 안고 있어야 한다. 이준석과 윤석열의 악연과 적대관계는 범보수의 용광로 안에서 결국은 용해될 성질의 갈등으로 치부되고 있다.

 

정체성의 구축과 확립은 1층을 짓는 일이다. 정책의 개발과 발표는 2층을 올리는 일이다. 외견상 1층이 텅 빈 것 같이 보이는 필로티 공법으로 건축된 건물조차 자세히 살펴보면 1층이 기둥 형태로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거의 매일 부지런히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민심에 별로 먹혀들지를 않고 있다. 당세가 약하거나 의원의 숫자가 적은 건 부진과 침체의 근본적 이유가 되지 못한다. 문제의 본질은 개혁신당이 1층인 정체성을 짓지도 않은 채 2층인 정책부터 먼저 올리려 든다는 대목에 있다.

 

범보수가 정체성이 될 수도 없거니와 돼서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개혁신당에 2층을 올려줄 기술자는 당 안팎에 이미 차고도 넘친다. 그럼 누가 1층을 지어야 할까? 이론의 여지 없이 김두수가 시공해야 한다. 범보수라는 가두리 양식장에 답답하게 갇혀 있는 개혁신당을 드넓은 민심의 바다로 견인하는 게 개혁신당에서의 김두수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 하겠다.

 

수산업에 빗대자면 이준석과 개혁신당은 광활한 남태평양에서 거대한 참치떼와 씨름하는 동원수산이 돼야만 한다. 현실은 육지 근처에서 운영되는 비좁은 가두리 양식장들에서 광어와 도다리를 도매로 사와, 회식하러 온 고객들에게 회와 매운탕을 파는 청해수산이 되어가는 중이다.

 

동원수산의 웅대한 이상을 포기하고 청해수산의 소박한 일상에 만족해하는 개혁신당과 이준석에게 초심을 되찾기를 다그치는 죽비소리를 준비된 고래잡이 전문가 김두수는 끊임없이 내야만 한다. 김두수가 먼 곳에서 울리는 죽비소리가 미구에 김두관까지 크게 분발ㆍ각성시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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