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명태균과 대왕갈치의 꿈 - 명태균은 왜 커밍아웃을 해야 했을까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10-09 22:16:58
기사수정

명태균의 자해극에 가까운 폭로전은 직업적 경력이 단절된 중년 남성의 마지막 생존투쟁일 수가 있다. 이미지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의 정치적 흥정 가능성을 보도한 채널A 뉴스 화면

그가 만약 노래하는 가수였다면 수십 년 무명생활의 설움을 드디어 벗어나 뒤늦게 대중의 폭발적 관심과 사랑을 받는 늦깎이 인기스타의 사례에 비견될 수 있었으리라. 최근 며칠간 대한민국 제도권 정치를 요란하게 들었다 놨다 하는 중인 명태균 씨(이하 ‘명태균’으로 호명) 이야기이다.


명태균은 본인을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킹 메이커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명태균의 이런 믿음은 과대망상일 수도 있고, 과대망상이 아닐 수도 있다.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는 특정인 한 명이 국가권력의 향방을 좌우하기에는 이제 너무나 커졌다는 점에서는 과대망상일 수 있다. 허나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한 한 사람에게 수시로 쥐락펴락이 될 정도로 여전히 인격적으로 너무나 미성숙하다는 측면에선 과대망상이 아닐지 모른다.


어떠한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주요 참여자(Player)의 정확한 정체성이 파악돼야만 한다. 문제는 명태균이 과연 뭐 하는 인물인지에 관한 명확한 개념규정을 내리기가 그리 녹록하고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기성 언론은 명태균을 서슴없이 선거 브로커로 부르고 있다. 그러한 단도직입적 좌표설정에는 심지어 뉴미디어를 자부하는 크고 작은 인터넷 매체들까지 덩달아 가세한 형국이다.


그런데 그가 단지 돈만 밝히는 삼류 선거 브로커에 불과했다면 나름 오랜 세월 동안 유수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과 다양한 층위의 인간적 인연과 업무적 관계를 맺어올 수 있었을까?


뜨내기 삼류 선거 브로커는 기획부동산 업자들처럼 크게 한탕 챙긴 다음 즉시 판을 접는 게 특징이다. 명태균은 비교적 오랫동안 일정한 장소에서 꾸준히 영업 아닌 영업에 전념해왔다. 명태균이 그를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 선거 브로커로 단정하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 격렬한 반감을 표출하는 상황은 이와 같은 배경에서 비롯하였다.


선거 브로커와 정치 컨설턴트를 구분하는 뚜렷한 경계선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무리하게 양자를 변별한다면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하면 컨설턴트이고, 문서로 이뤄진 계약 체결 없이 활동하면 브로커가 된다. 물론 계약서 없이 깔끔하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사적인 컨설턴트들도 여럿이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는 회계처리까지 해놓은 상태에서 지저분한 양아치 짓거리만 골라서 해대는 밉상 브로커들도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선거 컨설턴트와 정치 브로커 사이에 한 가지 결정적 공통분모는 엄존하기 마련이다. 물밑에서 소리 없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실력 있는 컨설턴트는 자신이 현재 어떤 정치인을 돕고 있는지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다. 노련한 선거 브로커는 자기 모습을 여간해서는 자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정치 컨설턴트와 선거 브로커가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경우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ㆍ압축된다.


첫 번째는 고객인 정치인이나 후보자가 결제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을 때이다. 결제대금은 금전의 형태를 띨 수도 있고, 자리나 이권의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더는 현역으로 일하기가 불가능해졌을 때이다. 구태여 신분을 감추고 음지에서 익명의 그림자 인생을 살 필요가 사라졌으니 양지로 나오는 게 필연적 순서이다.


세 번째는 결제금을 제때, 제값으로 지급받지 못했을뿐더러 직업적 경력마저 단절될 위기에 처했을 때이다.


지금의 명태균은 이 가운데 세 번째 경우에 해당할 확률이 높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모두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까닭에 명태균은 마치 임금이 장기간 체불된 근로자가 회사 건물 앞에서 벌러덩 드러누워 시위를 벌이듯이 윤 정권과, 집권 여당을 상대로 일련의 경고 반, 협박 반의 폭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겠다.


그 과정에서 명태균은 불가피하게 얼굴과 신원이 세상에 노출됐다. 반평생을 종사해온 선거일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정치 컨설턴트이건 선거 브로커이건 알고 보면 결국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신세일 따름이다. 일을 그만두면 빈약한 액수의 국민연금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거나 혹은 마누라와 자식들까지 총동원돼 치킨집 창업에 나서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필자가 변변치 않은 수입만 거둬온 전형적인 저소득 선거 컨설턴트로 생활해온 탓으로 말미암아 나와 비슷한 또래로 알려진 명태균에 대해 잠깐 과도한 감정이입에 쓸데없이 빠진 듯싶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즉시 복귀하도록 하겠다.


명태균 유형의 인사를 해양동물에 대입하면 심해에 서식하는 대왕갈치 같은 생물종으로 분류된다. 깊은 바닷물 속에 사는 대왕갈치가 해안가로 떠밀려오거나, 아니면 어선에 잡히게 되면 초대형 지진의 발생을 예고하는 징후로 해석돼왔다. 일본이 자국 연해에서 대표적 심해어류인 대왕갈치가 발견될 적마다 지진의 공포로 초긴장하곤 하는 연유이다.


우리나라의 정당들과 정치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ㆍ기능하고 있었다면 명태균이 화제와 논란의 주인공이 되어 신문방송과 각종 시사 유튜브 채널에 그 이름 석 자가 대대적으로 오르내리는 것도 모자라 당사자가 직접 일반 대중 앞에 등장하는 일 역시 원천적으로 없었을 게다. 그 실체가 영원히 장막에 가려져 있어야 마땅했을 명태균의 느닷없는 커밍아웃과 뒤이은 광폭 행보는 윤석열 정권을 위시한 기존 정치권이 미증유의 거대하고 강력한 민심의 지진해일에 머잖아 통째로 휩쓸려 나갈 것임을 예고하는 전주곡일 터이다.


나는 구이든 조림이든 갈치요리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대왕갈치를 먹어본 경험 또한 없다. 따라서 대왕갈치가 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수많은 이들의 밥상 위에 자청해 반찬으로 올라간 한국정치의 대왕갈치 명태균이 이번 파동이 끝나면 편안한 여생을 보내길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나중에 필자와 그가 대담집을 함께 만들 기회가 생긴다면 더없이 금상첨화일 테고.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axnews.co.kr/news/view.php?idx=46907
  • 기사등록 2024-10-09 22:16:58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권영세, "탄핵은 정치 실패…거대 야당 입법 폭주 책임" 사무처 직원 독려 7일 오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들과 만남을 갖고 격려와 함께 다가오는 대선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권영세 위원장은 "탄핵이라는 비극적 상황에 사무처 직원들의 마음이 무거울 것"이라며 위로를 건넸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는 개인의 잘못뿐 아니라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 등 정치 전체의 실...
  2. 우원식 국회의장, 한덕수 권한대행 대정부질문 불출석에 '강력 경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불출석한 것에 대해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우 의장은 이날 오후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오늘 국무총리가 일방적으로 불출석했다. 양 교섭단체의 양해도 없었고 .
  3. 민주당 “한덕수 권한대행,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 임명은 위헌”…즉각 철회 촉구 더불어민주당이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단행한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해 “명백한 위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일 뿐”이라며, 대통령 몫의 헌재 재판관 임명 권한을 행사한 것은 “헌법 위...
  4. 기아-LG전자, ‘슈필라움’으로 차 안을 오피스·피크닉 공간으로 기아가 LG전자와 손잡고 차량 내부를 오피스와 라운지 등 맞춤형 생활공간으로 구현한 ‘PV5 슈필라움’ 콘셉트카를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이며, 차세대 모빌리티 공간 솔루션 시장 공략에 나섰다.기아는 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LG전자와 함께 차량 기반의 새로운 모빌리티 공간 솔루션 ‘PV5 슈필라...
  5. 국민의힘 “마은혁 헌재 재판관 임명 유감…정치 편향·절차 무시한 인사” 국민의힘이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단행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모두 결여한 인사”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마 후보자는 과거 ‘인민노련’ 활동 경력을 갖고 있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
  6. 오세훈 시장, '땅꺼짐' 불안 잠재우기 총력… 철도 건설 현장 GPR 탐사 '강도 높은 안전 대책' 가동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잇따른 지반 침하 사고와 봄철 인파 밀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14일(월) 오후 2시,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긴급 안전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관련 부서에 철저한 점검과 신속한 조치, 원인 규명에 총력을 기울여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문했다.이날 회의는 오 시장을 비롯해 행정 1·2&mi...
  7. 권영세, "탄핵은 정치적 승패 아냐…민주당, 이재명 방탄 멈춰야" 맹공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렸다.이날 회의에서 권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언급하며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탄핵은 정치적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을 멈...
  8.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 안국역 첫차부터 전면 폐쇄 서울교통공사는 4일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 첫차부터 3호선 안국역을 전면 폐쇄하고, 한강진역 등 14개 역사에는 상황에 따라 출입구 통제 및 무정차 통과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인파 밀집이 우려되는 15개 역사에 총 350명의 안전 인력을 배치하고, 별도로 92명의 예비 인력을 대기시켜 유사시 즉각 투입할 계획이..
  9. 서울시, 대형 지하굴착공사 지반침하 ‘GPR 집중탐사’ 돌입 서울시는 연이은 지반침하 사고로 인한 시민 불안을 해소하고 대형 지하굴착공사장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활용한 집중 탐사를 본격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특별대책은 도시철도·광역철도 공사구간과 자치구 제출 우선점검지역 등 총 45㎞ 이상에 걸쳐 이뤄진다.서울시는 우선 도시철도 건설공사장 3곳과 ...
  10. 홍준표, 대선 출마 공식 선언… "이재명 심판, 선진대국 건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4일, "이재명 후보를 심판하고 사법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SNS에 공개한 대선 후보 출마선언문을 통해 "오직 국민의 심판과 주권자인 유권자의 선택만이 비리와 불법의 범죄자를 확실하게 단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홍 전 시장은 이번 대선을 "홍준표 정권이냐, 이재.
최신기사
책-퇴진하라
책-보수의종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