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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이준석이 허경영급이 되고 만 날 - 허은아가 사라지면서 위기의식도 사라진 걸까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03-15 03: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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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과 허경영이 한 배를 탔던 날


진보정치의 상징 권영길이 황당무계의 대명사 허경영과 동급으로 묶인 본질적 원인은 딱 하나, 지지율이 낮기 때문이었다. 이미지는 1997년 15대 대선 군소 후보 사이의 텔레비전 토론회 소식을 전하는 MBC 문화방송 뉴스 화면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입구컷을 당하기 전까지는.”


일격필살의 무시무시한 핵펀치를 뽐내며 사각의 링을 한때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헤비급 권투선수 마이클 타이슨의 기념비적 명언일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얻어터지기 전까지는(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을 필자 임의로 살짝 각색해봤다.


그렇다. 개혁신당과 해당 정당의 대주주이자 간판스타인 이준석 의원에게도 목전에 박두한 조기 대통령 선거의 후보자 간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의 대표선수로 각각 출마할 강력한 경쟁자들을 화려하게 압도하며 지지율을 단숨에 끌어올릴 계획은 이미 마련돼 있을지 모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의원을 군소후보로 도매금으로 뭉뚱그려 분류한 까닭에 이준석이 유권자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이런저런 잡다한 입후보자들과 나란히 울며 겨자 먹기로 TV 카메라 앞에 서기 전까지는.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2025년 3월 14일 금요일 오전에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에 입각하면 개혁신당의 전국 지지율은 2퍼센트로 조사되었다. (자세한 조사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쯤 되면 당이 한바탕 난리가 나야 옳건만 의외로 조용하다. 허은아 전 대표를 당대표직에서 축출하는 과정에서 기력이 전부 소진된 탓일까? 아니면, 천하람 의원을 대표권한대행으로 옹립하는 것으로 소기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됐다고 믿는 것일까?


우리나라 진보정치 진영이 겪었던 최대의 굴욕이 무엇일지 이쯤에서 잠깐 반추해보자. 최초의 원내 진보정당이었던 민주노동당이 분당됐던 사태일까? 민주노동당의 후신일 통합진보당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정당으로 판결을 받아 해산당한 비극일까? 정의당이 작년에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국회 의석 확보에 실패해 원외 정당으로 초라하게 전락한 사건일까?


나는 한국 진보정치 최대의 굴욕은 1997년 12월의 제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권영길 국민승리21 후보가 공화당 허경영 후보와 동급으로 취급당하며 같이 합동 토론회를 해야만 했던 경우라고 생각한다. 이때 권영길의 진지함이 허경영의 황당함에 철저하게 파묻히며 어렵게 구축해온 진보정치의 존재감이 순식간에 삭제되었다. 남한 땅에서 진보정치의 여린 싹을 잔인하게 말살하려 광분해온 안기부, 기무사, 검찰, 경찰 등의 막강한 공안기관들이 수십 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일을 허경영 혼자 너끈히 해낸 셈이었다.


한국의 진보정치는 2002년에 실시된 제16대 대선에서 권영길이 집권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와 함께 3자 토론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함으로써 5년 전의 충격과 치욕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맹활약했다고 지지율이 단박에 급등하지는 않는다. 반면, 후보자가 토론회에서 죽을 쑤면 선거운동 전체를 통째로 말아먹을 수는 있다. 박근혜 탄핵 여파로 말미암아 조기 대선 형식으로 진행된 2017년의 이른바 장미 대선에서 본인 입으로 ‘MB 아바타’ 운운했다가 3등으로 밀려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대표적 사례다.


이준석, 이대로는 2부 리그로 강등돼


이런 걱정은 1부 리그 선수들에게나 해당하는 얘기다. 2부 리그 격으로 평가받는 군소 후보들 토론회는 필자 같은 정치 고관여층, 아니 ‘초관여층’을 제외한 대다수 투표권자들에게는 아예 자신들의 관심권 밖에 멀찍이 가로놓여 있는 그들만의 단두대 매치인 연유에서이다.


문제는 개혁신당이 작금에 드러난 바와 같은 저조한 정당 지지율을 너무 늦기 전에 신속하게 끌어올리지 못하면 이준석 의원이 1997년에 권영길이 당했던 황당한 봉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 그렇다고 하여 이준석 개인의 지지도가 높냐면 그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갤럽이 정당 지지도와 동시에 공개한 이준석 의원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겨우 1퍼센트였다. 이는 개혁신당의 정당 지지도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다.


그런데 실제 내부 상황은 어떤지 알 길이 없으나 외부로 노출된 겉모습만으로 일단 판단한다면 개혁신당은 허은아 체제 대신 들어선 당 지도부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당원들마저도 한없이 태평스럽고 여유만만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다.

 

이준석 의원은 오는 조기 대선에서 그를 포함한 3자 토론이 종국에는 여러 차례 성사될 것이라고 내심 낙관적으로 기대할지도 모른다. 냉정한 소리겠으나 개혁신당 후보 이준석을 이재명 현 대표가 선출된 게 유력시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뽑힐 확률이 높은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 3강으로 우대해줄 객관적 근거와 이유는 아직껏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3명의 소속 국회의원? 현재 기준으로 원내 정당은 총 6개이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그리고 기본소득당과 사회민주당 역시 개혁신당과 마찬가지로 원내 정당이다. 이 당들 모두가 대통령 선거에 제각기 후보자를 낸다면 원내 정당들만 헤아려도 대선 주자가 무려 6명에 달한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주요 후보자 자격으로 6명이 한꺼번에 토론자로 출연한 텔레비전 토론회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더욱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두 거대 기득권 양당이 귀중하고 금쪽같은 텔레비전 방송시간을 작은 정당들과 굳이 아깝게 나누려 하겠는가?


정리하자. 이준석은 이재명과 김문수를 상대로 이번 조기 대선의 텔레비전 방송 생중계 토론회에서 특유의 언변과 재치와 기지를 과시할 기회를 잡지 못할 게 확실시된다. 한마디로 입구컷을 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념과 사상, 노선과 가치가 다르면 비록 환영은 받지 못할지언정 최소한 진지하게는 다뤄진다. 차원(Dimension)이 다르면 어떤 대우를 받느냐? 4차원 괴짜 취급을 당한다.


이를테면 철권통지차 스탈린이 사망한 이후의 소련은 공산당 일당독재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더는 감옥에 보내거나 시베리아 곳곳에 산재한 강제노동수용소로 추방하지 않았다. 간단하게 정신병원에 감금했다. 반체제 인사들을 소위 4차원 캐릭터의 틀(Frame) 안에 가둠으로써 인민대중의 조롱거리와 우스갯감이 되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재명과 김문수와 나란히 어깨를 겨루지 못하고, 허경영 부류의 희한하고 엽기적인 4차원 개성파 출마자들과 억지로 대선 토론을 해야 하는 이준석은 옛 소련 시절의 수많은 정치범들처럼 모멸적으로 희화화될 중차대한 위기에 바야흐로 직면해 있다.


문제가 있음을 안다고 해서 반드시 정답을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찾을 수도 있고, 혹은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한 가지 대목은 분명하다. 문제가 있음을 모르면 그 어떠한 해법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개혁신당은 허은아를 쫓아내면서 위기의식도 덩달아 퇴출시킨 형국이다. 이준석도, 천하람도, 열혈 지지층도 뭐가 그리들 좋은지 거의 축제 분위기이다. 이 흥겹고 즐거운 축제 분위기가 개혁신당의 최고 자산이자 유일한 희망일 이준석이 시쳇말로 쩌리들과 나란히 토론회에 나서는 그때도 과연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까? 정당 지지율 1프로, 이준석 지지도 1퍼센트인 지금은 개혁신당 구성원들에게 빈말로나마 무운을 빌어주는 것조차 물색없는 사치로 느껴지는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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