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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조갑제와 정규재를 만났는데 - 한동훈은 백낙청과 함세웅을 만날 수 있을까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04-25 19: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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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조갑제의 정규재의 ‘이갑재’ 3인 비공개 회동은 이재명 전 대표의 외연 확장 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정치 이벤트였다. (왼쪽부터 이재명 전 대표, 조갑제 전 대표이사, 정규재 전 주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이사,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의 ‘이갑재’ 3인 회동은 그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세간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기기에 여러모로 충분했다. 이재명은 우리나라 진보진영의 큰집 역할을 장기간 해온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의 선출이 유력시되고, 조갑제와 정규재 두 사람은 한국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유명한 이론가들인 연유에서였다.


조금 짓궂고 익살맞게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5인조 다국적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거취를 둘러싸고 지난 1년여 동안 격렬하게 대립해온 방시혁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의장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심야에 서울 모처에서 전격적으로 만나 화해의 밀회를 해야만 ‘이갑재’ 3인 회동 정도에 비견될 파격성과 의외성을 띨 수 있을 성싶다.


중도층 유권자로의 지지층 외연 확장을 위한 광폭 행보에 최근 들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재명 전 대표 측의 제안으로 성사됐을 가능성이 높은 이번 비공개 만남은 조갑제 전 대표와 정규재 전 주필에게는 적잖은 마음의 위안을 주는 기분 좋은 저녁 식사 자리가 되었을지 모른다. 왜냐? 자신들의 친정 격일 보수세력으로부터는 벌써 수년째 모진 핍박과 폄하를 당해온 조갑제와 정규재를 다름 아닌 이재명이 깍듯하고 정중하게 예우했기 때문이다.


조갑제 대표는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박정희 전문가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오늘날 받는 긍정적 평가의 8할은 조갑제의 노력과 필력에 빚지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문제는 타인인 조갑제가 어렵게 정치사회적 복권을 실현시킨 박정희의 이미지를 하필이면 친딸인 박근혜가 도로 홀라당 말아먹었다는 점이겠지만….


조선일보는 조갑제가 본궤도에 확실하게 올려놓은 박정희 마케팅 덕분에 톡톡히 재미를 봐왔다. 그러나 정작 조갑제 본인은 조선일보에게 토사구팽을 당하다시피 했다. 조선일보와 그 계열사들 기사에서 조갑제 이름이 일종의 불온한 금칙어처럼 취급되는 작금의 현실이 그 뚜렷한 증좌라 하겠다.


조갑제의 경우는 정규재의 사례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에 속한다. 정규재는 자기가 주도적으로 설립해 빠른 속도로 성장·발전시킨 유튜브 방송 기반의 어느 우파 매체에서 도편추방을 당한 것도 모자라 아예 기록말살형에까지 처해지고 마는 혹독한 수난과 모멸을 겪었다.

 

사태의 원인은 정규재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나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 같은 개혁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에게 우호적 태도를 유지해온 일이 해당 매체의 주된 이용자층인 극우 태극기 부대와 보수 개신교도들로부터 커다란 반감과 불만을 산 데 있었다. 필자는 정규재 전 주필이 그곳 경영자로 활동하던 시절에 방금 언급된 매체에 칼럼을 몇 편 기고한 적이 있는데, 내가 보냈던 글들은 다행히 아직은 삭제되지 않은 상태이다.


세상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이재명이 보수를 겨냥해 부글부글 끌어 오르는 원한과 적개심에 깊게 사무쳐 있을 것이란 섣부른 예단이 바로 그런 오해의 본질일 테다. 잠시 시계를 돌려보자. 이재명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차마 필설로 옮기기 어려운 황당하고 굴욕적인 봉변을 당했던 시기는 보수 정권이 집권하던 때가 아니었다. 더욱이 윤석열 정권 출범 초기에 이재명은 용산을 향해 올리브 가지를 흔들었다. 선전포고를 먼저 한 쪽은 이재명 진영이 아니라 오히려 윤석열의 용산 대통령실이었다.


정치의 세계에서 미움과 증오는 대개 진영 안의 내부투쟁에서 발생하곤 한다. 세력을 달리하는 인사들 사이에는 억하심정이 생길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현재 이재명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 출신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상이 무엇을 함의하겠는가?


이재명 전 대표는 조갑제 전 대표와 정규재 주필을 만난 자리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이념적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유능한 인사들로 내각을 꾸리겠다는 탕평 인사의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고 한다.


나는 이재명이 갑자기 길 잃은 어린양 같은 순결한 마음으로 개과천선해 이러한 유화적 메시지를 얘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특히 대중정치인은 적당히 선하고 동시에 적당히 악한 존재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재명이 조갑제와 정규재를 기만하고자 그러한 덕담을 했을 것 같지도 않다. 단적으로 이재명이 조갑제와 정규재를 속여봤자 얻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대한민국 사회 전체적 기준으로도 비주류였지만, 민주당만을 시야에 넣어도 소수파였다. 꼬치꼬치 이념 따지고, 무턱대고 사상 앞세우면 이재명 주변에는 쓸만한 인재가 태부족하다. 그러므로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 투쟁을 고집하다 허망하고 어리석게 자멸하고 만 윤석열의 비극적 전철을 밟아 폭망한 정권이 되지 않으려면 이재명에게 폭넓은 인재 등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터이다. 왜냐? 이재명 정부가 만약에 실패하면 다른 누구보다도 이재명 본인 손해인 탓이다.


굳이 멀리 박근혜 정부까지 소급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지극히 좁고 제한된 범위의 인물들 위주로만 정부를 구성하는 편협하고 오만한 코드 인사의 극치를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는 86 세대 운동권 인사들이 정권 수뇌부를 형성했다. 윤석열 정권은 특수부 검사들이 당과 정부와 대통령실의 주축을 이뤘다. 발상을 전환한다면 이는 문재인의 손길이 묻지 않은, 윤석열의 때를 타지 않은 참신하고 양심적인 일꾼들이 우리 사회에 역설적으로 여전히 많음을 뜻한다. 보수의 대부 조갑제와 정규재를 만나 조언을 구했는데, 이재명이 하물며 다른 사람들과는 어째서 거국적인 협치와 연정을 도모하지 못하겠는가?


나는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국민의힘의 주요 대선 주자들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안철수 의원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른바 진보 원로로 오랫동안 권세를 누려온 백낙청 전 서울대 교수나 함세웅 신부에게 설령 퇴짜를 맞을지언정 한번 만나자는 제안을 과연 과감하게 선제적으로 할 수가 있을까? 진정한 강자는 상대의 연락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내 쪽에서 항상 먼저 능동적으로 연락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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