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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의 도리, 윤상현의 뿌리, 김건희의 신명 - 김문수 후보와 윤상현 의원이 영부인 김건희의 미움을 샀더라면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06-02 19: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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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재명에게 지겠어


왼쪽부터 차례로 김문수와 김건희와 윤상현 3인의 관계는 윤석열 정권 집권 기간 동안 그 어떠한 긴장과 갈등도 빚어낸 적이 없다.

윤석열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호소문을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 투표일을 겨우 사흘 남긴 시점에 발표했다. 시기도 나쁘거니와 발표 형식은 특히 최악이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신봉자이자 극우 아스팔트 보수의 후견인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최하는 요란한 장외 집회를 통해 윤석열의 난데없고 염치없는 메시지가 공개된 탓이다.


윤석열은 작년 12월 3일, 천인공노할 시대착오적 친위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돼 대통령직에서 수치스럽게 파면당했다. 현재는 내란수괴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1대 대선이 이제까지의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들이 증명하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낙승으로 마무리되면 정치검찰의 비호 아래 그동안 교묘히 은폐되온 윤석열의 여죄를 밝히는 일에 가일층 탄력과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문수 후보는 선거 바로 전날인 오늘에 이르러서야 윤석열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부랴부랴 사과했다. 김문수에게 윤석열과의 과감하고 단호한 절연을 요구해온 대다수 유권자로서는 그야말로 옆구리 찔러 절 받는 기분이다. 실제로 김문수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선거전의 패배 분위기가 짙게 드리워진 진영이 막판에 상투적으로 하기 마련인 읍소성 큰절을 각종 유세 현장에서 시도 때도 없이 행하는 중이다.


김문수 후보의 속내는 진즉에 드러났다. 그는 윤석열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빗발치자 자기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쫓아내는 짓은 도리가 아니라고 강변하며 여생을 감옥에서 썩을 가능성이 높은 내란 수괴를 향한 진한 연대감과 동지의식을 표시했다.


김문수가 윤석열을 공공연히 감싸고 돈 게 지금부터 불과 20일 전의 일이다. 대선 후보 김문수를 위시한 국민의힘 주류 인사들은 그때까지는 설마 이재명에게 지기야 하겠냐는 과신과 방심에 푹 빠져 있었다.


국민의힘에서 전광판을 보지 않고 운동장을 게으르게 어슬렁거리는 오만하고 시건방진 인물은 윤석열 혼자만이 아니었다. 당대표직에서 쫓겨난 한동훈 전 대표와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정도를 제외하면 민심과 담을 쌓는 그릇된 습관은 윤석열 정권 치하의 여당에서는 일종의 뉴노멀이었다.


김문수가 강조한 도리는 평범한 국민을 향한 겸손한 봉사와 헌신을 뜻하지 않았다. 자신들끼리는 무슨 짓을 저질러도 용서해주고 묵인해주는 이른바 내부자들끼리의 음습한 공모와 결탁을 의미했다. 친윤석열계 구태 정치꾼들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부패하고 무능한 수구 기득권층은 이러한 부정한 야합과 거래를 의리로 포장하기 일쑤였다. 김문수는 윤석열류의 의리를 추가로 한 차례 더 포장해 국민들 앞에다 도리랍시고 떡하니 내놨을 뿐이다.


김문수 후보는 그 알량했던 도리마저 선거 참패가 코앞에 닥치자 오래된 신문지로 거칠게 둘둘 말아 싼 다음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황급히 내버린 형국이다. 개표 방송이 완료되기 전에는 수거해가지 않을 종량제 쓰레기봉투에다가.


애초에 김건희가 있었다


윤상현 의원이 계엄 찬성과 탄핵 반대는 국민의힘의 뿌리이자 정체성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은 당 근처에 아예 얼씬거리지도 말라고 촉구하자 이를 곧장 반박한 모습이다.


윤상현은 윤석열의 명실상부한 정치적 대리인이다. 윤석열의 말인즉 윤상현의 말이고, 윤상현의 이야기가 곧 윤석열의 이야기인 까닭이다. 윤석열은 윤상현의 입을 빌려 김용태에게 엄중한 협박성 경고를 보냈다. 김용태 등 너희들이 누구 덕분에 금배지를 달았는지 잊지 말라는 게 윤상현을 거쳐 발설된 윤석열의 무시무시한 메시지에 담긴 골자이기 때문이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작년에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수도권에서는 드물게 보수세가 강한 지역구에 공천을 받아 무난하게 당선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보탠 18명의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용산에서 쿠데타 성공 소식을 애타기 기다리던 윤석열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며 길길이 날뛰었을 듯하다.


국민의힘의 핵심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상황은 야당에 3년 만에 정권을 내주는 사태가 아니다. 윤석열과 김건희의 돌연한 양심선언이다.


윤석열이 사실상 만기친람 수준으로 국민의힘의 당무에 시시콜콜히 관여·개입했음이, 윤석열의 배후에는 배우자인 김건희가 소위 최종 보스로 똬리를 틀고 있었음이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정치 컨설턴트, 또는 선거 브로커, 혹은 그 중간일 명태균 씨와의 휴대전화 음성통화 녹취록에서 이미 백일하에 드러났다. 윤상현은 뿌리와 정체성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에둘러 표현했지만, 행간과 맥락을 분석하면 윤석열은 국민의힘을 겨냥한 노골적 자폭테러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한국 주류 보수 정당의 뿌리를 두 번이나 인정사정없이 뽑아버린 인간으로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 기록될 성싶다. 처음 한 번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나중 한 번은 국민의힘 제왕적 1호 당원으로.


명태균 씨는 윤석열과 김건희 사이를 앉은뱅이 주술사와 장님 무사의 관계에 적확하게 빗댔다. 필자는 김건희가 가진 야심의 끝이 어디까지였는지, 동시에 그녀가 윤석열을 내심 어떤 용도로 생각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녀가 윤석열을 단지 본인과 친정 식구들을 보호해줄 방탄막으로만 여겼다면 이는 김건희의 야심에 대한 터무니없는 과소평가일 테다. 김건희는 심지어 남북관계에 관련된 분야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담대한 포부를 최재영 목사에게 서슴없이 피력했다. 돈은 돈대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신명 나게 벌면서, 역사에도 여봐란듯이 신명 나게 이름을 남기고 싶었을 김건희에게 남편의 대통령 임기 5년은 어쩌면 너무 짧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김문수는 중요한 승부처마다 의도적인 헛발질로 선거운동을 번번이 말아먹은 윤상현을 나무란 적이 없다. 윤상현은 윤석열 정권 패망의 본산이자 원흉일 김건희를 비판한 경우가 없다. 신명 나게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의 김건희에게 미움을 샀다면 김문수가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될 수 있었을까? 윤상현이 집권당의 공천관리위원장 완장을 찰 수가 있었을까?


마땅히 단절해야만 할 순간조차 단절하지 못하는 질기도 질긴 관계를 우리는 보통은 숙명적 인연이라 부른다. 후보자 김문수와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윤상현,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 직전 영부인 김건희 네 사람의 관계는 이와 같은 숙명적 인연의 전형적 사례에 해당할 터이다.


2025년 6월 3일 화요일은 이 숙명적 관계에 대한 범국민적 총화와 정산이 이뤄지는 중차대한 날이다. 에누리 없는 정산과 가차 없는 총화만이 윤석열의 독보적 무도함과 국민의힘의 압도적 비루함으로 말미암아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살리고, 민생경제를 구할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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