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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①, “뉴진스 하니도 AI로 돌려보면 노동자” - 인공지능에 기대면 ‘직장 내 괴롭힘’ 증명 어려워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6-11-02 21: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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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인공지능 사용이 여야 충돌의 소재로 떠오를 만큼 AI는 시대의 대세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더욱이 인공지능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반도체 수출을 통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게끔 이끌어준 한국 경제의 효자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덕분에 이제 인류는 ‘고생 끝, 행복시작’의 멋진 신세계를 맞이한 걸까?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갈등과 대립은 인공지능의 신속한 개입과 도움이 기대됐던 분야였다. 인공지능 기술의 대중화 이후 한국의 산업 현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서하합동노동법률사무소 이진화 대표노무사로부터 들어봤다. 이진화 노무사와 필자가 이재명 정부에 관한 평가에서 적잖은 견해 차이가 있는 까닭에 인터뷰는 정치적으로 철저하게 중립적 시각에서 이뤄졌음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인공지능은 질문자에게 유리한 답변 내놔


이진화 서하합동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는 현행법상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선 일은 난센스였다고 말했다. 이미지는 하니의 국회 증인 출석을 둘러싼 소동을 다룬 MBN 뉴스 화면

공희준(이하 공) : 노동분쟁에서 근로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법률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전문가 선임에 따른 경제적 부담입니다. 인공지능(AI)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근로자의 권리구제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까요?

 

이진화 서하합동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이하 이) :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그럼에도 형식상으로는 노동자의 권리 증진과 구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노동분쟁도 본질은 법률적 다툼입니다. 따라서 자료 제출이나 서면 작성 같은 작업에서 인공지능, 곧 AI 기술이 어느 정도 쓸모가 있습니다.


법률 문서를 작성하는 일은 겉으로는 비슷한 글쓰기처럼 보여도 일기를 쓰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는 일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법률 문장의 틀을 정식으로 갖춰야 합니다. AI가 그런 틀을 잡는 데는 일정하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AI의 도움을 받아 관공서에 작성해 제출한 서류들이 노동자의 실질적 권리 구제로 반드시 이어지는지는 의문입니다.


공 : 노무사님께서는 왜 그런 의문을 제기하시는 건지요?


이 : AI가 질문하는 사람의 의도에 맞춰서 답을 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입니다.


공 : 편향(Bias)이 심한 탓에 객관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뜻인가요?


이 : 예, 그렇습니다. AI를 활용해 제출한 서류들은 객관성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공 : 그건 인공지능 프로그램마다 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제미나이와 챗GPT가, 클로드와 그록이 천편일률적인지는 않으니까요.


이 : 부분적 변별력에서는 물론 차이가 있겠죠. 그러나 추세와 경향상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저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들 사이에 본원적 차별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 : 결국은 이용자가 듣기 좋은 얘기를 해준다는 거네요.

 

이 : 핵심은 답변하는 AI가 아니라 질문하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노동자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권리를 구제받으려면 어떤 조건과 맥락에 맞춰서 질문을 해야 하는지 사전에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그와 같은 정확한 이해에 도달하가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AI가 이용자에게 답변해준 내용을 맹신하면 혹 떼려가 혹 붙이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객관성의 결여라는 맹점은 분쟁 당사자에게 치명적 역효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무실에는 상당을 받으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가슴에 맺힌 억울한 사연을 길게 이야기하기 마련입니다. 그때마다 변호사나 노무사 같은 법률 전문가들이 상담을 하러 온 내방객들에게 자주 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법은 사실관계를 중시합니다. 분쟁 당사자들은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토로하느라 정작 중요한 사실관계를 건너뛰는 경우가 잦습니다.


공 : 법률 상당을 받으러 왔다가 심리 상담만 하고 가는 모양새네요. 힐링이 본래의 방문 목적이 아니었을 텐데.


이 : 이상한 현상은 아닙니다. 권리가 침해당한 사람들은 억울한 감정에 휩싸이는 법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권리구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한풀이가 앞서고는 합니다.


공 : 춘향이의 억울함도 알고 보면 법률적 억울함이기 이전에 한 여인으로서의 인간적 억울함이었습니다.


이 : 대부분의 법률적 분쟁의 저변에는 기본적으로 한(恨)이 깔려 있습니다. 100만 원짜리 소송이든, 1천만 원짜리 소송이든, 1억 원짜리 소송이든 한의 정서가 밑단에 자리해 있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 한이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로 승화되려면 법률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합니다. 노동청이나 법원에서 알고 싶어 하는 건 당사자의 한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관계입니다.


공 : 법률가를 만나러 와서는 법륜 스님을 만난 것처럼 얘기하면 안 되겠네요. 그렇지만 AI는 법륜 스님처럼 속삭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야 인공지능을 개발한 업체들에게 장사가 되거든요.

 

이 : AI를 법륜 스님 대하듯 다루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AI가 전문가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진단을 믿지 않습니다.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전문가야말로 AI를 가장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법률분쟁은 엄연히 상대가 존재하는 싸움입니다. 내가 AI를 소환하면 상대방도 AI를 동원합니다. 만약 상대가 더 유능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AI를 돌린다면 십중팔구 내가 집니다. 상대방이 더 정밀한 문서와 정교한 결과물을 뽑아서 오거든요. 따라서 무턱대고 AI에만 기대다가는 낭패당하기 십상입니다.

현실은 AI가 보급되면서 인공지능으로 돌려본 다음 고용노동청이나 법원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노동분쟁과 관련된 기관들마다 사건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습니다.


공 :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방노동위원회도 사건이 폭주해 난리가 났겠네요?


이 : 처리되지 않은 사건이 산더미처럼 적체된 가운데 예전에는 3개월 안에는 무조건 끝났을 사건들이 지금은 6개월이 걸리고 7개월이 걸려도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은 사건 숫자의 증가와 반비례해 도리어 낮아지는 흐름입니다. 각하와 기각이 속출하는 탓입니다. 전문가의 꼼꼼한 자문과 검토를 거쳤다면 구제받았을 사건들을 인공지능만 믿은 영향이 큽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저는 인공지능이 노동자의 대폭적인 권리증진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판단은 왜 어려운가

 

공 : 그럼에도 AI가 권리 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수단으로는 유용하지 않을까요? 종전에는 그냥 넘어갔을 일들이 인공지능 덕분에 공론화될 수가 있으니까요. 그러한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AI가 불필요한 분쟁을 증가시키고 있다고만은 말하기 힘듭어 보입니다.


이 : 그렇지 않습니다. 노동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 이후로 급증한 사건이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입니다.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추가됐을 초기에는 지금처럼 사건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AI는 웬만한 일은 모두 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해버립니다.


공 : AI는 직장 괴롭힘으로 인정했는데, 막상 관청에서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무지하게 황당하겠네요.


이 :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은 고통과 억울함을 구구절절하게 문서에 씁니다. 그런데 법륜 스님에게 하소연하듯 쓰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이 그리 간단하지 않음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을 판단하려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여러 가지 요건과 사실관계들을 입체적으로 대조하고 비교해야 합니다. 억울함을 AI에게 토로한 다음 인공지능이 출력한 결과를 가지고 노동위원회로 가면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공 : 이를테면 아이돌 걸그룹 뉴진스 멤버인 하니의 경우도 당사자인 하니 양이 자기 주장을 AI로만 돌리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되나요?


이 : 인공지능은 뉴진스 하니가 원하는 결과를 말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랜 연습생 생활을 거쳐서 연예인으로 데뷔했는데 소속기획사인 하이브 측에서 인간적 모멸감을 주는 행동을 했다고 인공지능에 입력하면 AI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답해주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현행법상 연예인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접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히므로 당연히 인정되지도 않습니다. 상당수의 언론들은 하니가 무엇 때문에 억울함을 느꼈는지를 얘기해도, 하니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공 : 뉴진스 팬들은 하니가 부당한 일을 겪었다는 점에 우선적으로 분노했습니다.


이 : 저는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것 자체부터가 난센스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회에는 내로라하는 법조인 출신의 정치인들이 즐비합니다. 그들이 연예인이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연 진짜로 몰랐을까요?


공 : 뉴진스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통합을 이룬 양상이었습니다.

 

이 : 법률적 판단을 내릴 때는 엄격하게 상황과 요건을 따져야 합니다. 설령 일반인들은 모를 수 있다고 쳐도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이 대충대충 얼렁뚱땅 넘어가선 안 됩니다.


공 : AI에 질문을 던질 때는 소위 희망회로를 돌리며 자판을 누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지식인 계급도 그러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서는 예외가 아닙니다. 주관적 바람이 객관적 팩트를 압도합니다.


이 : 객관적 상황을 알고도 주관적 희망에 굴복하는 경우보다는 처음부터 모르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잘못된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일례로 프리랜서는 법률상 근로자가 아닌데도 근로자로 여전히 오인되고 있습니다.


공 : 특수고용직 말씀인가요?

 

이 : 예, 그렇습니다. MBC 문화방송에서 기상캐스터로 일하다가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 오요안나 아나운서조차 근로자성을 끝내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방송사 측에 지휘감독의 책임의 존재했음이 명확하게 입증돼야 했습니다.


공 : 그건 정량적으로 평가하기가 곤란한 항목 아닌가요?


이 : 판단 기준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는 것부터가 굉장히 복잡합니다. 그럴 경우에도 AI는 무조건 인정된다고 답해줄 가능성이 큽니다.

노동분쟁 사건은 구체적인 개별적 사건마다 판단이 엇갈리곤 합니다. 똑같은 학원 강사가 이 학원에서 일할 때는 근로자성이 인정됐다가, 저 학원으로 옮기면 인정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동일한 학원에서 근무하는 강사들임에도 중등부는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고등부는 인정되지 않는 사례마저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와 같은 섬세한 선별을 해주지 않습니다. 노동분쟁은 그만큼 복잡다단합니다. 인공지능이 참고서 노릇은 해줄지언정 교과서 역할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②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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