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과 벌컨」, 정당이 납치된 시대의 죽비소리
장훈 교수는 훌리건들 반대편에는 벌컨(Vulcan)들이 포진해 있다고 역설한다. 벌컨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시민들을 뜻한다. 장훈 교수는 벌컨들이 소란스러운 지금의 정치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고 「훌리건과 벌컨」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개탄했다. 훌리건의 득세와 벌컨의 퇴조 현상은 상식적 민심과는 나날이 동떨어져가는 이른바 당심에 무기력하게 휘둘려온 최근 20여 년 동안의 한국 정당정치의 족적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김전태 기자
여비서 성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던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여비서 성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사진=최인호 기자)
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 12부(부장 판사 홍동기)는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5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해자 김지은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으며,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저지른 10차례 범행 중 한 번의 강제추행 혐의를 제외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소한 부분에서 다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게 바뀌었다 해도 그 진정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씨가 성폭행 피해 경위를 폭로하게 된 경위도 자연스럽고, 안 전 지사를 무고할 동기나 목적도 찾기 어렵다는 게 2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업무상 위력'에 대해서도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유형적 위력'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인 김씨에겐 충분히 '무형적 위력'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안 전 지사가 2017년 8월 도지사 집무실에서 김씨를 추행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선 증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직 도지사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해 9차례 걸쳐 범행했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지방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신분상 특징과 비서라는 관계 때문에 피고인의 지시를 순종해야 하고 내부적 사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법정 구속돼 호송차로 향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공동기자단)
한편, 이날 판결에 따라 안 전 지사는 법정 구속됐다. 안 전 지사는 선고 직후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에 "없다"고만 짧게 답했다. 이후 그는 호송차에 오를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 이장주 변호사는 "오로지 피해자 진술만 갖고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하지 않고 개별적인 사건 하나하나만 갖고 판단한 것 같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와 상의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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